대법 “‘노무현 논두렁시계’ 보도 이인규 전 중수부장 연루 기사 정정보도 해야”…일부 손해배상 책임 관련 부분은 파기환송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대법원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논두렁 시계’ 사건이 검찰과 국정원의 허위 기획 공작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손해배상 책임 전부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일부 보도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는 2심 판단은 유지하되, 기자에게 손해배상 책임까지 부여하는 것은 지나치므로 손해배상 명령을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9일 이 전 부장이 CBSi와 당시 소속 기자·논설실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단한 2심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CBSi가 운영하는 노컷뉴스는 2018년 6월 2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계수수의혹 관련 사건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에 이 전 부장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같은달 23일 ‘이 전 부장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도덕적 타격을 주기 위한 국정원의 기획이었다며, 사실을 시인했다’는 내용의 논평을 각각 게재했다.

이 전 부장은 기사와 논평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같은 해 9월 소송을 냈다. 1심은 "내용이 허위임이 인정되지 않고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2심은 "내용이 모두 허위사실 적시이고 위법성 조각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로 뒤집었다.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하면서 회사와 기자가 3000만 원을, 회사와 논설실장이 1000만 원을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노컷뉴스가 보도사실의 존재에 대해 수긍할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정보도 필요성을 인정한 2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손해배상은 기사 부분과 논평 부분을 나눠 다르게 판단했다. 노컷뉴스 논평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그대로 인정했지만, 앞선 기사에 대해서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기사 내용이 당시 논란이었던 검찰 개입 의혹에 주안점을 뒀고, 검찰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는 이 전 중수부장의 주장도 함께 보도했다"며 "기사가 악의적이거나 심하게 경솔한 공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직자의 직무수행을 감시·비판·견제 하려는 의도를 인정할 수 있고, 당시 국정원은 물론 이 전 중수부장과 검찰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들이 의혹을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실적시를 통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기사인 경우, 공직자에게 악의적이거나 심하게 경솔한 공격을 함으로써 정당한 언론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은 경우에 한정해 위법성을 인정하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