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총수 ‘동일인’ 지정 규제, 되레 1인 지배 체제 고착화”

한경협 “시대 동떨어진 제도
동일인, 핵심 기업으로 봐야”

지주회사 제도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집단의 동일인을 총수가 아닌 ‘핵심 기업’으로 봐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현 규제가 오히려 전근대적인 1인 지배체제를 고착화하는 데 역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의뢰해 9일 공개한 ‘기업의 지배구조 자율성 확보를 위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동일인 지정제도는 창업주 개인이 순환출자형 또는 피라미드형 기업집단 형태로 기업을 운영하며 이를 경영권 승계에 악용하는 등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됐다.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의 총수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두고 각종 자료·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등 형사책임을 묻는데, 현재 경영 환경과 동떨어졌다는 게 홍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도입 등 기업의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강조되고 있고, 지주회사 구조를 가진 기업일 경우 최상위 회사 등 핵심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집단의 범위를 충분히 획정할 수 있다고 봤다.

동일인 관련자 중 친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현행 동일인의 친족 범위인 ‘혈족 4촌, 인척 3촌’을 ‘동일인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및 동거친족’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동일인 관련자에 친족을 포함하는 것은 동일인이 그 친족들에게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시대 변화에 맞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에게 부과하는 기업집단 자료 제출 의무 관행을 줄이고, 핵심 기업에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동일인이 수많은 계열회사의 자료가 갖는 정합성을 현실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또 절차적 의무 위반에 불과한 행위를 형사처벌 하는 것 역시 과도한 만큼 단순한 의무 위반은 과태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