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위대한 독일인’

독일 ZDF TV(독일 제2TV)는 최근 ‘가장 위대한 독일인 10명’을 뽑았다. ZDF TV는 이 10명을 뽑기까지 석달동안 330만명의 독일인에게 전화나 우편 또는 인터넷을 통해 ‘누가 가장 위대한 독일인인가’를 질문했다. 집계 결과 1위에는 전후 독일의 번영과 안정을 가져온 초대 총리 콘라트 아데나워가 뽑혔다.

외신은 아데나워가 독일의 역사적 인물들, 예를 들면 괴테나 마르틴 루터, 아인슈타인같은 위인들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보다 의외인 것은 4위에 숄 남매가 뽑힌 것이다.

숄 남매는 누구인가. 이들은 나치에 항거하다 처형된 오빠 한스 숄(Hans Scholl·1918년생)과 누이동생 소피 숄(Sophie Sholl·1921년생)을 가리킨다. 이들 남매의 반나치 활동은 뮌헨 대학교에서 비밀결사인 ‘백장미 그룹’을 결성하면서 본격화됐다.

장미는 비밀을, 흰색은 인도주의를 상징한다고 그들은 의미를 부여했다. 백장미 그룹의 활동을 기억하는 회고담이 있다.

‘1943년 2월 18일. 화창한 목요일 아침, 백장미 회원들이 대학의 모든 강의실과 복도에 유인물을 살포하기 시작했다. 한스 숄과 소피 숄은 대담하게 강의실 지붕에 올라가 유인물을 살포했다.

그들은 이미 몇 차례에 걸쳐 거리와 대학에서 반나치 유인물과 히틀러를 모욕하는 전단을 유포시킨 바 있다. 나치의 지방단원인 학교 급사가 곧바로 모든 출입구를 닫고 게슈타포에 신고했다.’

나흘간의 가혹한 고문과 심문 끝에 숄 남매는 ‘반역죄, 전복 음모및 군수산업 파괴를 선동한 예비 대역죄’를 선고받았다. 법정에서 소피 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누구든 결국 시작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단두대에서 의연하게 죽음을 맞았다.

단두대에 목을 올려 놓기 전 한스 숄은 감옥이 떠나가도록 큰 소리로 외쳤다. ‘자유여, 영원하라.’ 이들의 재판과 처형 과정은 말못하는 독일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독일인이 뽑은 1등과 4등은 의미가 깊다. 베토벤이나 칸트는 아예 10위안에 뽑히지도 못했는데, 단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아데나워가 1등을 했다. 그런가하면 풍요와 번영을 누리는 지금에도 과거 독재에 저항한 자유 투사를 잊지 못하고 4등으로 뽑았다. 혹시 한국에서도 훌륭한 정치가가 나오면 세종대왕이나 충무공을 누를수 있다는 얘기일까.

[[김성호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