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물가 우선정책이 성장동력까지 외면해선 안된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 정책을 대전환해 성장에서 물가 안정으로 초점을 돌렸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서민생활과 물가안정을 위한 경제장관회의’에서 “물가 안정에 경제정책의 우선 목표를 두고 (서민생활) 지원 시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언질한 것이 ‘성장→물가’ 선회의 첫 공식화인 셈이다. 대선 당시의 ‘대한민국 747’, 곧 연평균 7%의 경제성장, 10년 이내 4만달러 소득 달성 및 세계 7대 강국이라는 대표 브랜드로 출범한 이 정부가 전례없이 가파른 물가 상승에 밀려 좌표를 수정한 것이다.

물가는 예사롭지 않다는 차원도 넘어 가위 비상 상황이다. 통계청은 5월중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에 비해 4.9% 올라 근 7년 만의 최고 수준이라고 했지만 앞으로는 그 정도에서 그칠 기세도 아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5월 중 수출입 물가동향’에 따르면 수입물가 총지수는 44.6% 급등해 1998년 3월의 49.0% 이후 최대의 오름세였다. 그 중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률은 83.6%로 1980년 이래 한 세대만의 기록이어서 물가의 수직 상승을 예감케 한다.

이같은 고(高)물가는 선진국과 신흥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물가 억제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인플레이션을 잡기엔 늦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 12일)는 우울한 지적이 동반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흐름대로 한국도 ‘물가와의 전쟁’이 불가피하더라도 경제와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의지와 노력까지 흐리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본의 예만 해도 경제재정자문회의가 10일 ‘성장 재점화’를 선언하고 10년간 매년 2% 이상의 실질 성장률 달성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정부도 성장정책의 폐기를 말하진 않는다. 강 장관도 “성장동력 확충은 감세·규제완화를 통해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면서 “성장을 통한 공급 능력이 확충돼야 물가 안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의 하향 조정이 이미 불가피해진 것으로 비치듯, 무게감이 느껴지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한국은행이 물가와 경기의 진퇴유곡에서 기준금리를 연 5.00%로 동결한 12일, 이성태 총재가 “성장과 고용에도 관심을 갖는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고 강조한 대목 또한 유의하며, 역시 감세와 규제 혁파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