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산문화는 우리 것” 韓·中 공방 3라운드

“홍산(紅山)문화는 동이족의 문화다.” “홍산문화는 중국문화의 형성과 발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문화요인이다.”

중국이 지난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굴·소개하기 시작한 홍산문화의 원류를 둘러싸고 한·중 학자 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학학술원(원장 김호일)은 22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한 제3회 홍산문화 한·중 국제학술회의’를 열고 홍산문화에 대한 양국 학자들의 인식차를 확인할 예정이다.

‘홍산문화를 통해 본 동북아 지역의 민족기원’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날 학술회의에선 중국 측에서 타라아(塔拉)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고고학연구소장이 우하량(牛河梁) 유적의 발견과 고고학적 가치에 대해 발표하는 것을 비롯, 텐광린(田廣林) 랴오닝(遼寧)사범대 역사학원장이 홍산문화와 중국의 용신에 대한 숭배를, 쉐즈차앙(薛志强) 다롄(大連)대 교수가 흥륭와(興隆窪)문화와 홍산문명의 관계를 설명한다.

특히 쉐즈차앙 교수는 홍산문화보다 2000~3000년이 더 앞선 서요하 유역 흥륭와문화를 집중 연구한 결과, 홍산문화의 전 단계인 흥륭와문화가 인류사회 초기단계의 무속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한국측에선 김호일 원장이 기조연설을 통해 홍산문화의 옥기(玉器)와 적석총, 비파형동검 등을 예로 들어 동이문화권임을 밝힌다.

또 권태원 충남대 명예교수가 중국 동북지방과 고대 한민족의 문화권 문제를, 주채혁 세종대 교수가 순록유목과 홍산문화의 관계를 발표할 계획이다.

국학학술원 측은 “중국은 홍산문화 유적 발굴 이후 고구려와 그 이전의 우리 상고사를 송두리째 중국 역사로 끌어안고 있다”면서 “폭넓게 요하문명이라 명명하고 있는 홍산문화의 실상을 밝히는 일은 한민족의 기원을 밝히는 일이자 한·중 양국의 역사갈등을 해소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학술회의 주요 발표문의 논지를 소개한다.

◆‘옥은 중국의 종교제사와 연관’= 텐광린 역사학원장은 ‘동북 고대 옥(玉)과 예제(禮制)문명’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지금으로부터 8000~6000년 전의 흥륭와 문화와 홍산문화 초기의 옥기(玉器)는 중국 옥기의 초기 발전단계의 특질을 대표한다”며 “이러한 옥기는 그 형체가 작고 가공이 정밀하므로 실용을 목적으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종교제사에 사용하는 신기(神器) 혹은 예기(禮器)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6000~5000년 전 홍산문화의 중·후기는 동북지역 선사시기 옥기 발전에서 가장 번성한 시기”라며 “중국 고대의 제사는 본질적으로 옥을 중개로 사람과 신령의 대화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홍산문화의 여러 옥기를 대표로 하는 동북의 선사시대 예옥(禮玉)은 중국 고례(古禮)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홍산문화는 순록유목문화’= 주채혁 세종대 교수는 ‘순록유목과 홍산문화’란 발표문에서 순록유목사적 시각에서 홍산문화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 교수는 “무엇보다도 홍산문화 하가점(夏家店) 하층문화가 몽골 스텝을 기지로 목·농을 아우르는 성격을 띠는 유목제국의 소산이라면 필연적으로 중·신석기 시대 이후에 바이칼호 북극해권을 토대로 주로 이루어진 순록유목일 수밖에 없다”면서 “홍산 기층문화는 조(朝)족과 선(鮮)족이 주도하는 순록유목문화”라고 밝혔다.

주 교수는 특히 “유목개념이 없이 유목사 문헌사료를 읽는 데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농경사회사와 똑같이 툰드라 타이가 스텝지대에서조차 토기나 도자기, 또는 청동기 철기가 역사발전을 재는 절대 잣대로 돼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유목생업권에선 토기나 도자기보다 목기나 가죽그릇 또는 뼈나 뿔그릇이 더 유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홍산문화는 고대 한민족 문화권’= 권태일 충남대 명예교수는 ‘중국 동북지방과 고대 한민족의 문화권 문제’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중국 동북지방인 만주대평원에서 발원하고 태양을 숭배하여 큰 규모의 석총문화권을 형성한 고대 한민족은 고조선 및 부여국을 비롯,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및 고대일본에 이르기까지 동일계 민족에 의해 동일한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권 교수는 “요서지방 일원의 홍산문화권에 바탕을 둔 석총문화는 고인돌과 적석총이 집중된 요동지방과 아울러 중국 동북지방과 한반도에 분포된 고인돌과 적석총, 석관묘와 동일한 문화권에 속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북아시권의 독자적인 샤머니즘이 홍산문화권을 중심으로 수용되고 청동기 시대 이후 점차 한반도에 전파돼 고대 한민족의 민속문화로 정착된 것”이라고 밝혔다.

◆홍산문화 = 중국 신석기시대 후기(약 7000~8000년 전)의 문화로 주로 랴오닝(遼寧)성 서부 일대에 분포한다. 홍산문화는 경제적인 면에서 농업과 목축업의 중간지대에 속한다. 갈아 만든 돌보습과 돌칼뿐만 아니라 화살촉이나 깎는 도구, 가는 도구, 자르는 도구 등의 잔석기도 있어 목축과 수렵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