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환율 비상…절실한 수출경쟁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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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12·19 대선을 앞두고 모든 관심이 정치에만 쏠려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경제 환경은 심각하게 변하고 있다. 내년에는 세계경기 침체가 더욱 심해지고 이러한 침체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경고하고 있다. 11·6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재정지출 삭감과 환율전쟁 심화로 세계경기는 더욱 침체될 전망이다.

한국경제도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 것이 예상된다. 먼저, 세계경제 침체로 수출이 크게 감소하고 환율 또한 앞으로 더욱 내려갈 것으로 전망돼 수출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수부양을 위해 환율하락을 용인할 가능성이 커 수출은 더 줄어들 것이다. 여기에 경쟁 상대국인 일본은 엔·달러 환율을 높이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 환율이 오를 경우 한국의 수출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과거 외환위기 직전에도 우리는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로 수출이 감소된 적이 있다.

정부와 기업은 수출경쟁력 강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적정환율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원화 환율은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환율이 이렇게 떨어지는 이유는 미국이나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외국 자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필요한 경우 외국인 채권투자 이자소득에 대한 세율을 높이거나 외환시장 개입으로 과도한 환율 하락을 막도록 해야 한다.

수출기업은 환율 하락분을 수출 가격에 전가시키지 않도록 할 필요도 있다. 환율 하락분을 수출 가격에 전가시킬 경우 수출 가격이 높아지면서 일본이나 중국과 같은 경쟁국에 우리 시장을 빼앗기게 되고 나중에 환율이 상승할 때 이 시장을 되찾자면 큰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수출을 늘리기 위해 신시장과 신제품에 대한 정보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현재 수출금융과 수출보험으로 나뉘 어 있는 무역금융 지원체제를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맞게 정비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며 그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출기업들은 지나치게 환율에 의존하기보다는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생산성을 높여 생산원가를 낮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기술을 발달시켜 기술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기술경쟁력이 있는 경우 비록 가격이 비싸도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선진국의 보호무역 장벽은 더욱 높아질 것을 예상된다. 환율 인상을 통해 수출을 확대하고 수입을 억제하려는 환율전쟁도 심해질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우리는 환율로써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그동안 수출이 내수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국민의 수출에 대한 인식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환율을 높여서 수출을 늘리기보다는 환율을 내려서 수입물가를 낮춰 내수를 확대시키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우리 경상수지 흑자폭이 3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가 신뢰도가 높아져 외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경제에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환율이 내려 수출이 감소하는 경우 성장률은 큰 폭으로 낮아지게 되며 내수경기는 더욱 침체하게 된다. 여기에 경상수지가 악화되면서 유입된 외국자본이 유출돼 외환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수출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경쟁력을 높이도록 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수출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등 수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