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 이용 軍기밀 빼내고… 예비역들은 스파이 노릇

‘로비스트’나 ‘전관’을 내세워 군사기밀을 빼돌리고 금품을 제공하는 무기중개업체의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예비역들이 직접 무기중개업체를 차리거나 관련 업체들에 재취업해 스파이 노릇을 하다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2000억 원대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사업인 일명 ‘백두사업’과 관련해 뇌물을 건네고 군사기밀을 취득한 미모의 로비스트 린다 김(본명 김귀옥) 사건이 있다. 무기중개업체인 IMCL사 회장이던 린다 김은 백두사업에 응찰한 미국 E-시스템사에 고용된 뒤 공군 중령으로부터 무인 항공기 구매사업계획 등 2급 군사비밀을 빼낸 혐의로 지난 2000년 불구속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백두사업에 관여한 국방부 군무관리관에게 1000만 원을 전달하고 이 사업 주미사업실장이던 공군대령에게 840달러에 달하는 향응을 제공한 혐의도 받았다. 범죄 사실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김 씨가 이양호 당시 국방부 장관을 만났고 이 장관이 김 씨에게 E-시스템사 선정 경위를 의심케 할 만한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낸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1993년에는 국방부 장관과 군 장성들이 방위산업체와 무기중개상으로부터 수억 원대 뇌물을 받아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던 ‘율곡사업’ 비리 사건이 터졌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 전력 현대화 사업인 율곡사업과 관련해 이종구 전 국방부 장관이 7억8000만 원,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이 1억5000만 원, 김종휘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1억4500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적발된 인사만 13명이고 수수금액도 22억4200만 원에 달해 충격을 줬다.

퇴역한 군 장성들이 무기중개업체나 관련 업체들에서 일하며 군사기밀을 빼돌리다 적발되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2011년 12월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이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미국 록히드마틴사에 군사기밀을 넘기다 적발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예편 후 무기중개업체를 세운 김 씨는 계약을 맺은 록히드마틴 측에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나 국방중기계획 등 2·3급 군사기밀을 넘기고 25억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011년 9월에는 방위사업청 출신 장교가 국내 항공사에 재취업한 뒤 군 정보를 빼돌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박수진·이재동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