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영화제’ 볼거리 풍성해졌다

북한 인권 문제를 생각하면 정치범수용소에서 벌어지는 고문과 처형 등 어둡고 무거운 장면들이 그려지기 십상이었다.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문제지만 어딘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북한인권국제영화제는 이 같은 문제점에 착안해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장르 외에도 ‘엔트리’ ‘해금니’ ‘퍼플맨’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을 포함시켰다. 볼거리를 풍성하게 하면서도 북한사회 및 인권의 실상을 대중에게 정확히 알리기 위한 시도다.

사단법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가 주관하는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밝은’ 영화인 ‘우리가족’(사진)으로 선정됐다. 우리가족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무연고 탈북청소년들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37세 남한 출신 총각 김태훈 씨가 9명의 무연고 탈북청소년들의 ‘엄마’가 되어 그들과 함께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를 밝고 잔잔하게 그렸다. 김 씨는 탈북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다가 부모 없이 혼자 살던 탈북청소년 염하룡(17) 군을 만난 것을 계기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06년부터 그룹홈 ‘가족’을 운영하며 무연고 탈북청소년들을 보살폈다. 그룹홈의 아이들은 다른 무연고 탈북청소년들과 달리 씩씩하고 명랑하다. 특히 중학생인 한진범(15) 군은 올해 3월 탈북자 출신 최초로 전교 학생회장에 선출됐다. 염 군은 자신의 특기인 미술로 봉사활동을 펼쳐 올해 전국 중고생자원봉사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은 신인 김도현 감독이 이들을 1년 3개월간 밀착 촬영해 완성했다.

성준수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해금니’는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실상 첫 부인인 성혜림의 친구였다는 사실 때문에 1969년 함경남도 요덕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 모진 고생을 한 김영순 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제는 24일 서울 NH아트홀에서 개막식을 한다. 3일간 펼쳐질 영화제에서 선보일 영화는 총 12편이며,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필름포럼에서 상영된다. 이 가운데 개막작을 포함해 ‘국경의 강’ ‘엔트리’ ‘낯선 정착’ 등 4편의 영화는 영화·영상 전문인력들에게 북한 인권 관련 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공모전을 통해 제작됐다. 이번 영화제는 국내뿐 아니라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및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도 동시 개최된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