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응 총체적 부실>제주해경, 진도VTS에 전화했더니 ‘통화중’… 연락안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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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양경찰이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세월호 사고신고 접수내용을 무선 교신이 아닌 유선전화로 통보하려다 통화 중이어서 귀중한 4분이 허비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위급하다고 생각했다면 당연히 무전기를 사용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초기 상황파악에서 부실함을 드러낸 것이다. 세월호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은 제주VTS와 제주해경은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안일하게 대처해 참사를 키운 셈이다.

23일 제주해경에 따르면 제주해경이 제주VTS로부터 세월호 사고신고를 받은 것은 지난 16일 오전 8시 56분 53초였다. 제주해경은 제주VTS와 1분 19초가량 통화한 후 자체 해상교통관리시스템으로 세월호의 위치가 전남 병풍도 인근인 것을 파악하고 9시쯤 관할인 목포해경에 전화를 했다. 제주해경은 세월호 탑승객으로부터 신고(8시 52분)를 받고 대처 중이라는 목포해경의 말을 들은 후 전화를 끊고 진도연안VTS에 9시 2분쯤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진도연안VTS의 유선전화가 통화 중이어서 이후 연락하지 않았다.

진도연안 선박 사고 수습 및 구조를 지휘할 진도연안VTS는 목포해경이 긴박하게 움직인 8시 58분부터 9시 6분까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도연안VTS는 9시 6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의 상황보고서를 받고서야 세월호와 무선교신에 나섰고 9시 7분 첫 교신을 한 뒤 상황파악 및 주변 선박에 세월호 구조를 요청했다. 진도연안VTS가 좀 더 일찍 상황을 파악해 세월호와 교신이 이뤄졌다면 좀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안과 항만의 선박 관제가 해경과 해양수산부로 이원화돼 있는 것도 문제다. 8시 55분 신고를 접수한 제주VTS가 진도연안VTS로 직접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제주VTS는 해수부 관할이고 진도연안VTS는 해경이 관할하고 있다.

제주VTS로부터 사고 신고를 접수한 제주해경이 진도연안VTS에 사고 소식을 전파하기 위해 무선이 아닌 유선전화를 사용한 것도 의문이다. 해경은 VTS와 선박이 교신하는 초단파 무선통신(VHF), 지역 간 무선 교신은 KT파워텔의 상용망(아이덴 방식)을 빌려 사용하고 있으나 이 상용망을 사용하지 않고 유선전화를 사용하다 통화 중에 걸려 통보를 포기했다.

또 제주VTS가 제주해경에 최초 세월호 구조요청을 통보한 내용도 사고의 심각성을 얼마나 안일하게 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제주해경은 “제주VTS가 ‘배가 기울어지고 있다’고 신고했으며 침몰 등의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월호가 8시 55분 제주VTS에 한 구조요청 내용은 “아 저기 해경에 연락해 주십시오. 본선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갑니다”라는 다급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제주해경도 사고의 심각성을 모르고 대처해 유선전화로 진도연안VTS에 연락을 취했고 통화 중이자 이후 연락을 하지 않았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거기(병풍도 인근 세월호 사고해역)는 우리 관할이 아니어서 파악하다 진도연안VTS에 연락했으나 통화 중이었다”며 “긴급 무선채널은 본청에서 이런 식으로 사고가 났을 때 쓰고 아닐 때는 자체 훈련할 때 사용한다”고 말했다.

목포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