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노동계 “소득올려 경제성장… 올 6700원 돼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불황 장기화로 수출화물이 줄어들면서 인천 중구 인천항 인근 컨테이너 보관소가 한산한 모습(사진 왼쪽)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노총과 민노총 노조원들이 경기부양 등을 위해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시위(오른쪽)를 벌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경영계는 고용불안 심화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최저임금 인상 논란

정부 여당이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소득주도 경제성장론을 내세우며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을 넘어 4인 가족이 문화생활을 즐길 정도 수준의 ‘생활임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만 악영향을 주는 근시안적인 처방이라고 반박한다.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한계선상에 내몰리거나 고용을 줄이면 경제 상황이 나빠지는 부작용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인상돼야 하나. 인상한다면 얼마나 인상해야 할까.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떤가. 최저임금과 관련한 모든 것을 알아봤다.

1 최저 임금이란

최저임금제는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해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최저임금제의 실행 근거가 들어 있었으나, 당시 우리나라 경제가 최저임금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실제로 운영되지는 않았다. 한국 경제가 고속 성장을 이어가면서 1986년 최저임금제를 도입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그해 최저임금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198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2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은

2015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2014년 5210원에서 7.1% 오른 시간당 5580원이다. 이를 하루 8시간 기준 일당으로 환산하면 4만4640원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일까. 지난 2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내놓은 ‘임금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연간 최저임금액은 1만2038달러(2013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회원국 중 14위 정도 수준이다. 최저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호주는 3만839달러에 달하고, 벨기에(2만4846달러), 캐나다(2만481달러) 등이 뒤를 잇는다. 일본(1만6043달러)과 미국(1만5080달러)은 우리나라보다 약간 많다. 그런데 구매력 기준으로 환산하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OECD 25개국 중 10위 수준으로 뛰어오른다. 구매력 기준 한국의 최저임금액은 1만5576달러로 미국(1만5080달러), 일본(1만5034달러)보다 많다. 하지만 나라마다 최저임금액에 복리후생경비·상여금 등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부가적인 요소를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상대적인 최저임금 수준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3 최저임금 인상론 배경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을 연간 7%대로 올렸다. 올해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인상론을 공개적으로 꺼내 들었다.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조짐을 보이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가계소득이 늘면 자연스레 소비가 확대되면서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례적으로 “당정은 물론 여야 간에도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합의가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여당의 태도 변화는 내수활성화 외에도 올해 경기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정치적 고려도 바탕에 깔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해온 야당 역시 환영의 뜻을 밝혔다.

4 노동계 입장

OECD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의 저임금계층(중위임금 3분의 2 미만) 비율은 25.1%로 25개 회원국 중 1위다. 한국 다음으로 저임금계층의 비율이 높은 국가는 미국(25.1%), 이스라엘(22.1%), 아일랜드(21.1%) 등이다. 한국 사회에 저임금계층이 많은 만큼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근로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소득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한국노총과 민노총은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과정에서 2015년 최저임금으로 6700원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2014년 최저임금 대비 28.58% 인상된 수준이다. 한국노총은 당시 “한 해 동안의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에다 소득분배 개선분을 반영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시간당 정액 급여 평균값의 50%만큼 최저임금이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향후 5년 동안 매년 10∼20%에 달하는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유지해야 한다.

5 경영계 입장

경영계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5일 올해 임금인상률을 1.6% 이내에서 조정하도록 권유하는 내용의 임금조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최저임금 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의 최저생계 보장이라는 정책 목표는 이미 달성됐으며 2000년 이후 연평균 8%의 높은 증가율이 지속되면서 대다수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고용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경총은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최저임금은 OECD 25개국 중 14위로 중간 수준이며 증가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고정상여금과 숙식비 등을 제외하는 등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선진국에 비해 협소해 최저임금이 실제 받는 임금보다 지나치게 낮게 추산된다고 주장한다.

6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1988년 이후 어느 정도 소득격차 개선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1990년 시장임금 평균 대비 25.3%였던 최저임금 수준은 2013년 36.6%까지 높아졌다. 매년 최저임금이 오르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던 근로자의 임금이 일시에 올라간다. 올해만 하더라도 최저임금제 적용 대상인 전체 근로자 1824만 명 중 14.6%에 해당하는 266만8000명이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봤다. 이렇듯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소득층 근로자의 소비가 늘면 내수가 확대되고, 이것이 기업의 고용 증대로 이어진다는 긍정론이 존재한다.

7 최저임금 인상의 한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일부 근로자의 소득을 높이는 반면 실업을 늘리고, 고용인의 근로시간 조정으로 전체적인 소득 수준 상승 효과가 미미하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2015년부터 아파트 경비원에게 최저임금 100% 적용이 실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저임금 100% 적용으로 아파트 경비원의 임금 수준은 19%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전국 아파트는 인건비 상승에 따라 2.7∼4% 정도의 경비원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수준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98%가 300인 미만의 영세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은 최저임금 인상의 회의론에 힘을 싣는다. 열악한 상황에 놓인 한계기업은 인건비 상승으로 문을 닫거나 고용을 급격히 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사업주가 인건비 부담에 근로시간 자체를 단축하면 실제 소득 개선이 미미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이 광범위하게 일어나면 최저임금 인상이 한국 경제의 성장을 갉아먹고, 도리어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8 최저임금 어떻게 결정되나

독립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심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학계, 노동계, 경영계에서 9명씩 추천한 위원 27명은 치열한 논쟁을 통해 다음 해 최저임금 수준을 합의한다.

고용부 장관이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하면, 최저임금위 산하 생계비전문위원회가 생계비 산출 방법을 심사한다. 역시 최저임금위 산하인 임금수준전문위원회가 임금 실태를 분석하고, 최저임금안을 내놓는다.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전원회의는 이 안을 바탕으로 6월 29일까지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고용부 장관은 전원회의가 제출한 안을 검토해 8월 5일까지 고시한다.

문제는 전원회의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매년 판에 박힌 갈등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노동계의 인상 요구에 반발한 사용자 위원이 회의 자체를 거부하거나 노동계 위원이 사용자 위원에게 물을 뿌리고 몸싸움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치열한 논쟁을 넘어 험악한 고성이 오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뚜렷한 기준 없이 노사의 합의로 결정되다 보니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 없이 현행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9 다른 나라의 경우는

2014년 12월 최저임금위가 발간한 ‘미국의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최저임금과 그 결정 과정이 알려진 68개국 중 23개국이 우리나라처럼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로 결정된다. 다른 28개국은 이해관계자와 정부의 공식적인 협의로 결정되고, 나머지 17개국은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미국은 정부 결정으로 최저임금 수준이 정해지는 경우에 속한다. 보고서가 인용한 티토 보에리에 따르면 이해관계자 간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경우가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경우보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10%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0 향후 전망

최경환 부총리를 필두로 당정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포문을 연 만큼 2016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큰 폭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2년 연속 7%대의 인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최소한 7%를 웃도는 수준에서 인상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은 6000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정부는 올해 말부터 최저임금법 위반 시 사업주에게 즉시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시행한다. 현행 제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한 만큼 엄격한 사법처리 절차를 수반해 처벌의 실효성이 떨어졌다.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고, 위반 시 즉시 과태료 부과 제도가 시행되면 어느 정도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주·김남석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