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절벽 ‘정상일터’로 넘어야>단축근로·조기퇴근… 가족친화기업 생산성 19% 높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강서로 서울도시가스 사내 어린이집의 학부모 참여 수업에 참가한 직원들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④ 업무성과 높이는 ‘親가족’ 경영

여가부, 가족친화‘인증’ 시행
7년새 기업 14→1363개 증가
직무만족도·조직몰입도 월등

보령메디앙스·서울도시가스
조기퇴근·사내어린이집 모범

SK에너지는 행복도 93.2%
“육아시기 단축근로제 덕분에
오전만 근무뒤 초1자녀 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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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4개에 불과했던 가족친화인증 기업은 지난해에는 1363개로 늘었다. 가족친화인증은 여성가족부가 2007년부터 운영한 제도로, 근로자가 일과 가정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일터 내 제도와 분위기를 조성한 기업에 발급된다. 지난 수년간 가족친화인증 기업 숫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일터는 여전히 일·가정 양립에 취약한 근로 문화를 갖고 있다.

일·가정 양립을 가장 어렵게 하는 일터 문화는 바로 ‘장시간 근로’다. 장시간 근로는 출산율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장시간 근로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24명으로 최저 수준이다.
단시간 근로가 정착한 네덜란드(1.75명)와 노르웨이(1.90명), 프랑스(2명) 등 유럽 선진국은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높다.

◇“난 워킹대디(Working Daddy)”=SK에너지는 지난 2007년 사내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시큰둥했던 남자 직원들의 관심도 점차 늘고 있다. SK에너지 직원 A 씨는 “아내가 육아의 ‘부부 공동책임’을 강조해 얼떨결에 아이를 사내 어린이집에 보냈다”며 “매일 아침 아이와 함께 사내 어린이집으로 가서 아침을 먹고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아이와의 추억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에 근무 중인 B(여) 씨는 출산 직후 1년 3개월 동안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했다. B 씨의 고민은 아이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오면서 시작됐다. B 씨는 “초등학교 1학년은 어느 때보다 엄마의 손길이 중요하다는 주변 사람들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육아기 단축 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제도를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할 수 있어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도 아이를 돌볼 수 있었다. 그는 “단축 근로를 신청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을 했지만, 회사를 믿어보기로 했다”며 “좋은 제도를 마련해 준 회사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가족친화인증 기업인 SK에너지는 임신 초기 건강상 이유로 출산휴가 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출산 전 휴직제도’와 단축 근로를 육아휴직과 중복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육아기 단축 근로’ 등 가족친화경영제도를 운영 중이다. SK에너지는 가족친화경영을 통해 SK그룹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직원 만족도를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SK그룹 문화 조사 결과, 2011년 가족친화경영을 도입하기 전에는 직원들의 행복도가 74.7%였으나, 2015년에는 93.2%까지 높아졌다.

◇“눈치 안 보고 조기퇴근”=육아용품 기업인 보령메디앙스는 지난 2012년부터 정시퇴근 시간보다 30분 일찍 퇴근하는 ‘올곧은데이’를 한 달에 한 번 운영하고 있다. 워킹맘 C 씨는 늦은 결혼과 함께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일 중독자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장시간 근로를 하는 직원이었다. C 씨는 “한동안 ‘올곧은데이’에도 쭈뼛쭈뼛 눈치를 보느라 일찍 퇴근하지 못했지만 매월 11일이면 어김없이 사내 게시판과 사무실에 올곧은데이 홍보물이 붙고, 퇴근 5분 전부터 30분 일찍 퇴근하라는 사내방송이 사무실 곳곳에 울려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조기퇴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옥철을 피해 퇴근하고, 집에 가서 여유 있게 저녁 준비를 할 수 있어 좋다”며 “이런 제도를 운용하는 회사의 직원이라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10년째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서울도시가스는 어린이집 행사와 학부모 참여 수업 등에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을 회사가 분담해 직원들의 업무 의욕을 더 북돋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금은 12세인 큰딸을 사내 어린이집에서 키운 워킹대디 D 씨는 “불과 1.74㎏으로 왜소하게 태어난 아이를 다섯 살 때 동네 어린이집에 맡겼는데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며 “아이가 사내 어린이집에 입학한 뒤, 아이와 함께 출퇴근하니 아이와 관계도 돈독해지고 회식과 야근도 점점 줄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친화인증 기업 생산성 더 높다=지난 2014년 경제·인문 사회연구원이 가족친화제도에 따른 기업 성과를 연구한 결과, 가족 친화적인 일터 분위기가 기업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이후 인증을 받은 522개 기업 중 20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경우 가족친화인증 기업은 미인증 기업보다 수익성이 높았다. 총자산 증가율과 자기자본증가율도 미인증 기업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 인증기업의 생산성은 미인증 기업보다 14∼19% 더 높았다. 근로자들 사이에서의 평가는 더 긍정적이다. 인증 기업 근로자는 직무만족도, 조직몰입도 등에서 미인증 기업 근로자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고, 이직 의향도 월등히 낮은 모습을 보였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