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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0일(金)
가문 後光과 정치지형에 의해 ‘만들어진 총리’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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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삼대,‘도련님’은 어떻게‘우파’의 아이콘이 되었나 / 아오키 오사무 지음, 길윤형 옮김 / 서해문집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주말 방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한 후,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도 1957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과 골프를 친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아베 총리가 외조부에게 물려받은 것은 비단 ‘골프 외교’뿐만이 아니다.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변모시키기 위해 아베가 밀어붙이는 평화 헌법 개정 역시 A급 전범이었던 기시의 숙원이었다. 아베는 공공연하게 외조부의 유산을 홍보하지만, 사실 그의 할아버지인 아베 간은 정반대의 ‘평화주의자’였다. 책은 아베 가문의 역사를 파헤치면서, 당시 정치가 가문의 곱상한 도련님이었던 아베가 오늘날 어떻게 우파의 아이콘이 됐는지를 추적한다.

책은 조부 아베 간과 아버지 아베 신타로의 강렬한 정치적 에너지가, 3대째 정치인의 길을 선택한 아베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데 주목한다. 일본 시모노세키 부근의 시골 마을(옛 헤키촌) 출신인 아베 간은 어릴 때부터 수재라는 평가를 받으며 도쿄제대 정치학과에 진학했고, 사업 실패와 이혼으로 고향에 돌아온 후에는 헤키촌 촌장과 야마구치현 의원, 중의원 의원 등을 역임한 인물. 특히 1937년 중의원 의원선거에서는 반전과 기성 정당 비판, 친서민 정책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출마해 당선, ‘반골’‘반전주의자’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마찬가지로 도쿄제대 법학부에 진학한 신타로는 마이니치신문 정치부 기자로 입사했다가, 1951년 결혼 후 장인인 기시가 외무상이 되자 그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1958년 야마구치현 중의원 의원 당선을 시작으로 총 11번 의원에 당선되고 관방장관과 외무상으로도 활발한 정치적 활동을 보이면서 처가의 후광으로만 평가받는 것은 거부했다. 주변에 “나는 기시 노부스케의 데릴사위가 아니다. 아베 간의 아들이다”라며 아버지의 유산을 인정했고, 매파이면서도 평화헌법을 옹호했다.

그러나 간도, 신타로도 도달하지 못한 총리 자리에 오른 아베는 이와 달리 초·중·고와 대학 시절을 통틀어 정치적인 색채를 띠거나 분명한 이념 성향을 드러낸 바 없다고 주변 지인들은 증언했다. 심지어 자신이 표방하는 외조부인 기시의 사상조차 깊게 파고들거나 정치적 지식을 단련한 흔적도 없다. 과거 학교 동창과 교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아베는 평범하고 성실하며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는 ‘도련님’일 뿐이었다. 오히려 명문 정치가의 자제로 태어나 자연스럽게 세습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됐고, 그 후 주변 자문 그룹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스스로의 알맹이 없이 정치가로서 주어진 ‘운명’을 열심히 연기했을 뿐인 그에게, 과거지향적인 환영에 젖어들고 싶어 하는 우파 정치인들과 지지 세력이 결합하면서 오늘날 ‘기시의 복제판’인 아베 총리를 만들어냈다는 것. 아베에 대한 저자의 신랄한 평가가 자질 없는 정치인을 양산하는 일본 특유의 세습 정치에 대한 고발로도 이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336쪽, 1만5000원.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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