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까지 죽인 광기, 잔악무도한 ‘최초의 차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이반 4세’의 한 장면 [이타르타스=연합뉴스]

러시아 역사나 문화는 서유럽이나 미국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낯선 탓에 인물들 이름도 어렵고 헷갈립니다. 표트르, 알렉세이, 예카테리나, 이반, 니콜라이, 소피아, 드미트리 등등…. 특히 ‘1세, ’4세‘ ’대제‘ 등이 붙는 러시아 군주 이름을 구분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가장 유명한 러시아 군주는 표트르(피터)대제일 겁니다. 하지만 표트르는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이반 4세(1530~1584)입니다. 다른 이름으로 ’이반 뇌제(雷帝)‘, 영어로는 ’IVAN THE TERRIBLE‘입니다. 러시아 역사상 가장 잔악무도한 군주로 꼽힙니다.

1547년 1월 16일은 이반 4세가 러시아 황제를 일컫는 이름, ’차르‘에 오른 날입니다. 최초의 차르입니다.

이반 4세는 할아버지가 죽은 뒤 3살 때 모스크바 대공에 올랐습니다. 성장하면서 권력의 생리를 조금씩 알아가던 1547년, 그는 교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대관식을 치르고 ’대공‘에서 ’황제‘, 즉 ’차르‘에 등극했습니다.

’차르(TSAR)‘는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의 러시아식 이름입니다. 영어로는 ’시저‘입니다.

집권 초기에는 그도 법률 제정, 행정조직 개편, 교회관계 설정 등에서 꽤 개혁적인 정치를 펼쳤습니다. 러시아 최초로 상비군 제도도 만들었습니다. 몇백 년간 러시아를 지배한 몽골의 위협에 맞선 대비책이었습니다.

달라진 건 첫 번째 아내 아나스타시야가 사망한 후부터라고 합니다. ’암흑과 공포‘가 러시아를 지배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을 반대파로 몰아 고문하고 처벌하고 죽였습니다. 그 방식도 무척 끔찍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그에게는 비공식 포함 여덟 명의 아내가 있었습니다.

급기야 자기 아들도 죽였습니다. 이유가 어이없습니다. 며느리의 복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시비 끝에 아들을 몽둥이로 쳐 죽인 겁니다.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 회화의 대가 일리야 레핀은 이를 소재로 명화를 남겼습니다. 아들을 죽이고 난 뒤 후회하는 이반 4세의 모습입니다.

아래는 그리고리 마소에도프가 그린 그림입니다. 여섯 번째 아내 바실리사 멜렌티예바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입니다.

뇌졸중으로 갑자기 사망한 그를 이어 아들, 표도르 1세가 권좌에 올랐습니다만 실권은 없었습니다. 왕실의 권위는 사그라지고 1598년 그마저 후사 없이 사망하면서 9세기 중반부터 이어온 ’류리크 왕조‘는 스러집니다.

극심한 혼란의 시기가 지나고 1613년, 로마노프 왕조가 들어섭니다. 러시아의 근대를 연 표트르대제(1672~1725), 예카테리나 여제가 등장한 왕조입니다.

이반 4세를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프랑스의 루이 11세나 영국의 헨리 8세처럼 왕권을 강화하고자 노력한 군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