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창업 육성 이끈다>대기업이 밀고 벤처는 뛰고… 밀착협업으로 ‘창업 강국’ 간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유기타워 12층 롯데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 지원 사무공간에서 롯데액셀러레이터와 입주 스타트업 직원들이 제품 개발과 관련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 ① 대기업-벤처 컬래버레이션

삼성 ‘크리에이티브 스퀘어’
모바일 관련 스타트업 육성

CJ ‘프로듀스 101 챌린지’
성장 잠재력 갖춘 벤처 지원

LG전자, 로봇분야 투자 강화
현대차, 사내 스타트업 운영
사회공헌 참여 ‘열린 혁신’도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 속에서 벤처 창업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는 핵심 주체로 날로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의 정보기술(IT) 벤처 신화를 보면서 각국은 벤처 창업 열기를 조성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다양한 제도 개선과 인센티브를 통해 벤처 창업 육성에 애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 역시 벤처 창업 지원에 한몫 거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로, 때로는 사외 기술 또는 서비스 개발의 하나로 벤처 창업 육성에 기여하고 있으며 몇몇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에 문화일보는 시리즈를 통해 주요 기업·벤처의 컬래버레이션(협업) 현장 조명을 통해 한국 경제의 한 흐름을 명확히 드러내고자 한다.

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유기타워 12층을 찾았다. 스타트업(소규모 신생기업)들이 빽빽이 사무실을 차지하고 있었다. 벤처 특유의 정돈되지 않은 자유로움이 젊은 패기와 어우러져 묘한 흥분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이 건물 12∼15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12∼14층에는 현재 13개의 스타트업이 들어서 있고 15층은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진성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는 “이 법인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으며 그룹 차원에서 큰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다”며 “100%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투자하고 있지만 창업 생태계 조성 기여, 부가적인 고용 창출 등 결과적으로 사회공헌 효과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지금까지 4번에 걸쳐 제휴 스타트업을 선발했다. 경쟁은 치열한 편이다. 올해 4기 제휴 스타트업 모집에는 633개 기업이 지원해 19개 기업이 선발됐다. 롯데액셀러레이터와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제휴 스타트업들에 철저히 성공 가능성에 따라 2000만∼10억 원 지분 투자를 하고 있고 일부 계열사는 이들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가령 롯데멤버스는 모비두가 개발한 비가청 음파 결제시스템을 엘페이에 적용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대기업과 벤처기업, 얼핏 보면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대기업 하면 탄탄한 수익 구조와 안정된 직장, 그리고 관료주의적 조직 형태 등이 연상되지만 벤처 하면 헝그리 정신, 불안정한 회사 운명, 자유롭고 덜 다듬어진 근무 환경 등이 떠올려진다. 비유컨대 서로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의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을 위해선 두 분야 모두 있어야 한다. 대기업들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면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벤처기업들은 활로를 여는 돌파구 역할을 해야 한다. 세계 최강 미국 경제와 미국 경제에 버금가는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경제에서 이러한 역할 분담의 절묘한 관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 관계는 생각보다 훨씬 가깝다.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로 벤처 창업 지원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대기업들이 적지 않다. 벤처기업이 개발한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주고 공유하거나 지분 투자를 실현하기도 한다. 외부와 협력해 기존 조직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이른바 열린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것이다. 직원들의 잠자고 있는 기업가 정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사내벤처 제도를 적극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사회공헌 활동으로서의 벤처 창업 지원=삼성전자는 창업 보육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 스퀘어’를 통해 모바일 관련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스퀘어는 모바일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 또는 제품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사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선발된 벤처 창업자 또는 디자이너에게는 최대 1억 원의 지원금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 전용 업무 공간을 제공한다. 현재 3기 스타트업 10곳이 지원받고 있다.

CJ그룹은 오디션 형식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최근 시작했다. 계열사인 CJ E&M의 음악 전문 채널 엠넷의 인기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아이디어를 스타트업 지원에 활용한 것. 프로그램 명칭도 ‘프로듀스 101 챌린지’로 정했다. 성장 잠재력을 갖춘 101개의 벤처기업을 선정한 뒤 사업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유통 네트워크 알선 등의 지원을 한 뒤 성과에 따라 최종 11개 기업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해외 진출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되는 30개 기업은 오는 8월 CJ E&M이 개최하는 한류 컨벤션 ‘KCON 2018 LA’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벤처와의 사업 협력 강화=LG전자는 로봇 분야의 스타트업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일 약 10억 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아크릴’의 지분 10%를 확보했다. 2011년 설립된 아크릴은 감성인식 분야에서 수준 높은 기술력을 갖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으로 아크릴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조나단은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지식에 기반한 단순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닌 질문자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에 알맞은 답을 해준다. 앞서 LG전자는 올해 초 약 90억 원을 투자해 국내 로봇 개발회사인 ‘로보티즈’의 지분 10.12%를 확보하기도 했다.

GS홈쇼핑은 국내, 중국 베이징(北京), 싱가포르 등에서 벤처기업 네트워크 행사인 GWG(Grow with GS)를 열어 벤처 캐피털·대기업·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함께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중소 상공인 기반 데이터 사업을 하는 ‘제로웹’, 모바일 마케팅 성과 분석툴을 서비스하는 ‘ab180’, 1시간 내 반려동물 사료 배달 서비스를 하는 ‘펫프렌즈’, 다이어트 코칭 전문 서비스 ‘다노’ 등은 GWG를 통해 사업 기회를 확장하거나 외부 투자를 받았다.

◇사내 벤처 통한 기업가 정신 고취=현대자동차는 경기 의왕시 현대·기아차 의왕연구소에서 사내 스타트업을 운영 중이다. ‘튠잇’은 운전자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차량 노크만 하면 운전자를 기억했다가 문을 열어주고 시트나 룸미러 각도도 한 번 입력해 놓으면 해당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하면 그대로 맞춰주는 식이다. ‘마이셀’은 친환경 내장재 개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제작후원: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K, LG, 롯데, 포스코, 한화, 신세계, C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