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文, 적폐청산 밀어붙이며 직권남용 남발… 총체적 난국에 총체적 대응”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입당과 함께 유력 당권 주자로 부상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수 통합과 문재인 정부 견제 등에 대한 정치적 구상을 밝히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자유한국당 당권주자 떠오른 황교안 前국무총리 인터뷰

한국당 모든 사람에 門열어야
통합범위 특정인 제한은 안돼

소주성, 경제 최악으로 만들고
脫원전, 미래 먹거리 토대 붕괴
北의존, 국가안보 위험 빠뜨려

국가 정책에 이념이 끼어들어
왜곡되면서 모든 난국 시작돼

지난 정부 잘못했다던 문제들
김태우·신재민·손혜원 의혹 등
現정권도 ‘내로남불’式 되풀이

“문재인 정부가 초래한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려면 ‘총체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이런 목표를 이루려면 우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등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하나로 통합해야 합니다.”

최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뤄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통합 범위에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에 제한을 둬선 안 되며, 한국당이 헌법적 가치 수호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에게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경선에 출마할 게 유력시되는 황 전 총리가 친박(친박근혜)의 극단 격인 이른바 ‘태극기 부대’나, 비박(비박근혜)의 극단 격인 바른미래당 인사들 모두 통합 대상이라고 강조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나.

“당에 들어왔으니 우선 당원,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등 여러분 의견을 듣고 국민들 얘기도 충분히 듣겠다. 다만 한국당이 강력한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국민 바람에 어긋나지 않도록 결정하겠다.”

―결정을 못 하는 이유라도 있나.

“결정은 쉽다. 하려면 뭐가 어렵겠나. 그러나 국민의 뜻과 당심을 모으는 게 선행되는 게 도리 아니겠나.”

―황 전 총리의 입당에 ‘왜 지금일까’ 궁금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잘해주길 바랐지만, 입당식 때 얘기한 것처럼 ‘총체적 난국’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목에서 황 전 총리는 “자세히 말할 필요가 있다”며 준비해 온 자료를 꺼냈다.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등 구체적인 통계를 동원해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최악의 경제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판하고, “탈원전 정책이 반도체와 함께 ‘100년 먹거리’로 꼽히는 원자력발전 산업의 토대를 허물고 있다”고 우려를 쏟아냈다. 또 “북한의 선의에만 의존한 안보 약화 행위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하고 있다”며 9·19 남북 군사합의, 국방백서에서 주적 개념 삭제,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추진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자신을 조기에 불러냈다는 취지로 들렸다.

―그래서 정치에 뛰어든 건가.

“방관할 수 없는,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한 부분으로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에 맞게 ‘총체적 대응’이 필요하다. 작은 역량이라도 힘을 보태야 할 때다.”

―‘총체적 난국’은 어디서 기인했다고 보나.

“기본적으로 정책은 정책으로서 완성도가 높아져야 한다. 이념이 끼면 정책이 왜곡된다. 거기서부터 문제가 출발했다고 본다.”

―최근에는 정책 외적인 부분에서도 논란이 이어진다. 김태우 전 청와대 행정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등의 폭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과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및 이익 충돌 의혹 등이 불거졌다.

“이 모든 것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지난 정부가 이렇게 잘못했다’고 하더니 그걸 그대로 다 하고 있다. 법을 한 사람으로서, 이런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갈지 예상할 수 있다. 어떤 건 수사에 들어갔으니 철저한 조사로 밝혀지겠지만, 지금이라도 시정하지 않으면 이 정부 내내 엄청난 부담이 될 거다. 그건 곧 나라의 부담, 국민의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현 정부는 ‘적폐청산’을 추진해 왔는데.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적폐가 있다면 (그 청산은) 법에 맞게 해야 한다. 적폐라고 한 유사한 일들이 현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게 문제다.”

황 전 총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의 적폐청산 과정에서 직권남용죄 적용이 너무 많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날도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직권남용’이란 건 불확정 개념으로, 잘못 남용될 수 있는 죄명이다. ‘직권’ 자체도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고 뭐가 ‘남용’이냐, 어느 정도가 ‘남용’이냐도 불분명하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직권남용죄는 굉장히 엄격하게 해석해 왔다. 실제로 과거에 직권남용으로 기소된 예가 많지 않다. 그런데 2017∼2018년 단기간 내에 엄청나게 많은 직권남용죄가 적용됐다. 법이라는 건 조문도 있지만, 적용의 관행이란 것도 있다. 국민이 무엇이 불법인지 아는 상태에서 법이 적용돼야 하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적용하면서, 그 적용이 과도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가는 것이다. 이건 정말로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에는 직권남용죄 기소가 많지 않았는데, 왜 현 정부에선 많이 될까.

“과거에는 직권남용 판례가 많지 않아 적용이 잘 안 됐다. 그런데 근년에 판례가 많이 형성됐다. 그러면 이후 남용될 우려가 있다. 법 해석은 한번 이뤄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대법원에서 판례를 바꾸려면 꼭 전원합의체를 거치도록 하지 않나. 그런데 지금 직권남용죄를 남발해 새로운 판례가 형성되면 그걸 다시 고치기도 쉽지 않다. 과도하게 함부로 적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보다 적극 견제해야 한다는 얘긴데, 그런 면에서 ‘황교안 리더십’은 어떤 장점이 있나.

“그동안 자유·우파는 나라 살리는 일, 특히 경제 살리는 일에 주력해 왔다. 이 정부 들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등이 다 망가지는 상황에서, 이런 헌법적 가치에 대해 확실한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단합해 이걸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책임이 있는 나도 같이 책임지면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정을 수행하면서 겪은 경험들을 공유하면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나라를 되살리는 일을 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한국당 당권주자만 15명이 넘는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다 소중한 자원이다. 힘을 합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안 다퉈도 되는 건 정리하면서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 된다. 경쟁자라기보다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입당 회견 때 통합을 강조했는데, 어떤 사람들까지 통합할 수 있다고 보나.

“어떤 사람까지라고 제한을 두기는 어렵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힘을 합해야 할 때다. 자원과 역량 있는 사람이 없으면 문제지만, 나는 자원이 있다고 본다. 이 좋은 자원이 뭉치면 우리가 뜻하는 것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당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한쪽에서는 바른미래당에 가 있는 사람들을, 다른 한쪽에서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 즉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보수 통합의 걸림돌로 여기는 것 같다.

“계파 얘기도 나오는데,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원론에 해답이 있다고 본다. 단합하지 않으면 이 정부의 실정을 막을 수 없다. 특정인과 특정 세력이 어떠냐에 대해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

―통합을 위해선 갈등과 분열의 원인을 먼저 진단해야 하지 않나.

“통합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그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그게 강하지 않으면 자꾸 분란만 생긴다. 목적이 분명하면 합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잘못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들이 이 문제로 걱정과 아픔이 많아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다른 모든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단합된 힘으로 흔들리는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이런 목적이 같다면 여러 갈등은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통합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박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법적 행위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계속 얘기했다. 다른 문제를 얘기하다 보면 통합이 어려워진다. 대의를 위해 힘을 합해야 한다.”

―보수 통합이라는 건 결국 다음 총선 전략과 연결된다. 헌법적 가치에 동의하면 꼭 보수가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인가.

“오늘 인터뷰에서 ‘보수’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하고 정책을 공유할 순 없을 거다. 그러나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한국당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홍준표 전 대표는 황 전 총리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 함께 탄핵된 사람’이라며 탄핵 책임론을 거론했다.

“지난 정부 마지막 총리를 했다. 그 과정에서 국가적 시련이 생겨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송구스럽고 큰 책임감을 느낀다. 그런 책임감 때문에 나라가 흔들리는 부분에 대해 또 다른 책임감을 갖고 있다. 지난 정부의 어려움 때문에 심려를 끼친 건 안타깝지만, 거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 정말로 우리나라를 다시 살리기 위한 일을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의 공과를 다 평가해야지 모든 걸 적폐로 몰아선 안 된다’고 했는데, 박근혜 정부의 공은 뭔가.

“박근혜 정부의 정책 방향은 새 시대에 맞게 미래를 향해 개혁해 나가자는 것이었다. 가장 역점을 둔 게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 개혁이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처럼 거의 다 완성한 것도 있고, 반 정도만 진행한 것도 있다. 개혁이라는 게 한 정부에서 다 이뤄지지 않더라도 시작이라도 해야 진행이 되는 거다. 규제 개혁도 역점을 뒀다. 네거티브 규제 원칙에 따라 선(先) 시행하고 문제가 생기면 후(後) 규제하자는 식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전에는 시도도 못 해본 걸 많이 했다. 잘못한 게 있어 처벌한다면, 그 부분만의 문제로 봐야지 마치 박근혜 정부가 한 모든 게 다 적폐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후진적인 행태다.”

―앞서 황 전 총리와 비슷한 경로를 거친 사람들 가운데 대통령 된 사람이 없다. 그래서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저는 구태정치가 아니라 새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에 어떤 분이 그런 정치 환경 속에 안됐다고 해도 그걸 반복할 필요도 없고, 도전해야 한다고 본다. 또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니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라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

오남석·손고운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