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2년>한미훈련 줄고 9·19에 발목… 안보공백 우려

敵 규정 없애고 3축체계 변경
유사시 대응 등 안보태세 느슨

문재인 정부가 북한 비핵화 협상을 위한 유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국방 분야 안전장치를 대거 해제해 안보 불안감이 고조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년간 한·미 연합훈련은 축소됐으며 국방백서에서 북한에 대한 ‘적’ 개념이 사라졌고,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

8일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지적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1월 국방부가 발표한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敵)’이라는 기존 규정을 삭제하고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적으로 간주한다’고 바꾼 일이다. 북한 수뇌부를 겨냥한 ‘킬체인(Kill Chain)’과 ‘대량응징보복(KMPR)’과 같은 개념도 국방백서에서 사라졌고, ‘전략적 타격체계’란 모호한 개념이 대신했다.

한·미 연합훈련은 크게 줄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매년 3월에 실시하던 ‘키리졸브(KR)’와 ‘폴 이글(Foal Eagle)’ 연습은 ‘동맹-1’이라는 컴퓨터 모의 연습으로 대체됐고 매년 여름에 실시하던 ‘을지-프리덤가디언’ 연합훈련도 지난해 취소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동맹-2’라는 모의 연습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한·미 양국 해병대의 ‘쌍용훈련’이나 공군의 ‘맥스 선더’ 훈련 또한 폐지되고 한국군 단독 훈련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 같은 훈련 축소는 군비 절감을 강조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침에 더해 문재인 정부의 ‘북한 눈치보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합의한 9·19 남북군사부문합의서는 평화보다 불안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지상과 해상, 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한다’고 선언했지만 지난 4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사실상 형해화됐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끌려다니는 행태가 곳곳에서 나타나며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국가안보에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할 국방부가 정무적 판단을 하게 되면 북한의 오판 위험은 더 커진다”고 꼬집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