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정보 공유앱으로 피해다니는 음주운전자… 더 뛰는 경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오후 11시쯤 음주운전 단속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해주는 스마트폰 앱(작은 사진)에 교통경찰의 위치가 표시돼 있다. 이 같은 앱의 등장에 따라 경찰은 약 30분 단위로 단속 지점을 이동하는 ‘스폿 이동식’ 단속 방침을 세웠으며 지난 7월 5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도로에서 경찰이 이동식 단속 방침에 따라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뉴시스

“30분마다 이동하며 단속”

경찰위치 실시간 공유앱
단속 가까워지면 경고음
누적사용자 400만명 달해

경찰들 “수시로 위치 이동
장비재설치 등 애로 많아”
앱규제 법안 현재로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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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부터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대폭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 가운데 실시간으로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위치 정보를 공유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차량 운전자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에 경찰도 수시로 단속 지점을 옮기는 방식으로 관련 앱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며 잠재적 음주운전자들과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다.

“띠링! 띠링! 경찰 순찰. 경찰 순찰.” 지난 7일 오후 11시쯤 차량을 이용해 서울 용산구 한남대교 북단에서 한강을 건너 강남구 신사동으로 들어서자 음주운전 단속 정보 공유 앱이 경고음을 울렸다. 설치 횟수 100만 건을 돌파한 해당 앱은 사용자들 사이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음주운전 단속 지점 등 관련 경찰의 위치 정보를 모아, 운전자가 해당 위치에 가까워질 경우 경고음을 내는 방식이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앱에 표시된 지점으로 찾아간 결과, 그 일대에서 순찰 중인 경찰 차량을 볼 수 있었지만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경찰은 아니었다.

누적 사용자가 440만 명에 달한 B 앱은 비슷한 시간 강남구·송파구·광진구 등 7개 지점에 주황색 마크로 경찰 관련 위치 정보를 띄우고 있었다. 경찰의 위치뿐 아니라 다른 앱 사용자의 위치도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으며 다른 운전자들에게 주의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도 있었다. 취재진이 B 앱에 표시된 경찰 위치를 따라가 봤으나 음주운전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경찰 위치 정보를 공유해 음주운전 단속을 피하는 경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20~30분마다 단속 위치를 옮기고 있다”며 “이동 때마다 단속 기기 설치 및 인력 배치를 새로 해야 하는 등 애로사항이 있지만 단속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B 앱을 사용한 적이 있는 정모(29) 씨는 “음주운전을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단속을 피하자는 식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며 “앱에 이런 심리로 사용자들이 몰려들어 광고 수익도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음주운전 단속 정보 공유 앱은 실제 효과도 미미하고, 오히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지만 앱의 제작·유포·사용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은 마땅치 않은 상태다. 앞서 지난해 12월 경찰청은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음주운전 단속 방해 행위 수집 및 유포행위 동향 또는 관련 앱 등 운영 현황’ 요청에 대해 “별도로 음주운전 단속 방해 행위 동향이나 관련 앱을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며 “해당 앱에 대응하고 음주운전 단속의 예방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30분 단위 ‘스폿 이동식’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또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음주운전 단속 정보 공유를 통한 영리 추구를 제재하는 법안이 행정안전위원회 등에 지난 3월 상정됐으나 법안심사소위원회가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