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편성 남북경협 기금 2445억…실적없자 1461억 다른 용도로 썼다”

정병국, 통일부 제출자료 분석
연락사무소 개·보수 등에 사용

통일부가 지난해 남북 경협 추진 명목으로 2400억 원대의 남북협력기금을 편성했지만, 대북 제재 여파 등으로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지 않자 절반이 넘는 약 1400억 원을 다른 용도로 전환해 사용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야당은 “남북협력기금이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날 통일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병국(바른미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해 ‘기타경제협력사업’ 명목으로 2445억4800만 원의 비공개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전체 남북협력기금 사업비 9592억6600만 원에서 25.5%를 차지하는 액수다. 통일부는 해당 예산이 비공개인 이유에 대해서는 “예산이 공개될 경우 향후 대북협상에 어려움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통일부는 이처럼 비공개인 ‘기타경제협력사업’ 예산 가운데 1461억5300만 원(59.8%)의 용도를 변경해 다른 사업에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적으로는 ‘남북 경협 및 금강산 기업 피해 지원’에 1323억3700만 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시설 개·보수 및 운영경비 마련’에 117억4000만 원, ‘동·서해지구 남북 군 통신선 복원 및 정상화’에 20억4000만 원, ‘대북 반출물자의 제재 해당 여부 판정비용 추가지원 경비 마련’에 3600만 원 등이다.

야당은 이 같은 비공개 예산이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7년 1354억9100만 원이었던 ‘기타경제협력사업’ 예산은 지난해 2445억4800만 원으로 44.6% 증가했고, 올해도 전년보다 17.8% 증가한 2975억6600만 원이 편성됐다.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경협 예산의 비공개 편성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