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비아 파병 승인… 트럼프 “외세 개입 안된다” 경고

외세 대리전으로 확산 가능성
이집트도 파병 결정 강력 반발

터키 의회가 파예즈 무스타파 알사라지 총리의 리비아 통합정부(GNA)를 지원하기 위한 군병력 파견을 승인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에 대한 외세 개입을 경고하고 나섰다. 중동·유럽 국가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동서로 나뉜 리비아 내전 세력을 각각 지원하는 만큼 터키의 리비아 파병이 현실화할 경우, 리비아 내전이 외세 대리전으로 확산돼 ‘제2의 시리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AP통신,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터키 의회는 지난해 12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행정부가 제출한 리비아 파병동의안 처리를 위한 긴급회의를 열고 찬반표결을 시행해 찬성 325표, 반대 184표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F)과 친여 성향 민족주의행동당(MHP)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반면,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등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파병동의안 통과로 터키 정부는 1년 동안 필요한 규모의 병력을 리비아로 파견할 수 있는 전권을 위임받았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비아 파병은 리비아와 동지중해에서 터키의 이익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며 “모든 형태의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통화해 내전 중인 리비아에 대한 외세 개입을 경고했다. 백악관은 이날 호건 기들리 부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외국의 간섭이 리비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터키 의회의 리비아 파병 승인 직후 나온 만큼 터키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리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집트도 이날 외교부 명의로 성명을 내고 “리비아에 대한 터키군 개입은 지중해 지역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터키의 리비아 파병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앞서 아랍연맹(AL)도 지난해 말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리비아 내전에 대한 외국의 개입을 거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사태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이후 2014년부터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서부를 통치하는 GNA와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동부 군벌세력으로 양분돼 내전 중이다. 특히 최근 몇 주간 하프타르 사령관이 트리폴리 장악을 위한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전투’를 선언하면서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됐다. GNA는 유엔이 인정한 합법정부로 터키, 카타르 등의 지지를 받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하프타르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가 GNA를 지원하고 프랑스, 러시아는 하프타르 세력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