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 사건 여파…‘막강 권한’ 美경찰 전면 개혁 시동

시위대 “경찰 예산 끊어라” 요구
민주당, 경찰개혁법안 적극 추진
상원선 경찰관 신원공개 의무화
미니애폴리스의회 “경찰청 해체”
트럼프는 이념 논쟁으로 이슈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강경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 예산 삭감과 ‘목 조르기’ 금지 등을 담은 경찰 개혁안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과도한 공권력을 제어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개혁에 반대하고 ‘이념논쟁’으로 사안을 몰고 가면서 실제 입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경찰 노조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플로이드가 숨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시의회가 시 경찰청 해체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7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에서 ‘경찰 예산을 끊어라’가 주요 슬로건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의 공동 창립자인 알리시아 가자도 이날 NBC와의 인터뷰에서 “권력을 남용하는 경찰관에게 삶이 빼앗길까 두려워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모든 사람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우리의 관행을 바꿀 것인가”고 반문한 뒤 “우리 지역사회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재원이 투자돼야 한다”면서 경찰 예산 삭감을 주장했다. 일부 지방정부도 시위대 요구를 받아들여 경찰 예산 삭감 등 경찰 개혁에 착수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대표적으로, 더블라지오 시장은 “뉴욕 경찰 예산을 삭감하고 이 중 일부를 청년 서비스와 사회복지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에릭 가세티 로스앤젤레스(LA) 시장도 “경찰 예산을 최대 1억5000만 달러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의회에서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경찰 개혁법안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더힐과 공영방송 NPR 등에 따르면 상원에서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이 시위대 통제나 체포 시 경찰관 신원을 밝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하원에서는 민주당 소속인 돈 바이어 하원의원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이 8일 공개할 예정인 또 다른 경찰개혁 법안에는 △인권침해 경찰관에 대한 면책특권 박탈 △체포과정에서 목 조르기 행동 금지 △연방 차원의 권력 남용 경찰관 관련 데이터베이스 신설 등이 담겼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움직임을 경찰 폐지론으로 규정한 뒤 이념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졸린 조 바이든(전 부통령)과 극단적 좌파 민주당 인사들은 경찰 예산 지원을 끊어버리기를 원한다”며 “나는 훌륭하고도 충분한 재원을 지원받는 법 집행을 원한다. 나는 법과 질서를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메인주 방문 때도 “그들은 ‘우리에게는 어떠한 경찰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고 공세를 가했다. 경찰 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LA 경찰노조는 가세티 시장의 경찰 예산 삭감에 대해 “시장이 경찰을 살인자로 묘사했다”며 “모욕적이고 비열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니애폴리스 시의회가 시 경찰청 해체 추진에 나서 경찰 예산 삭감 및 경찰 개혁을 둘러싼 정치권 논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NYT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 시의원 13명 중 9명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온 현 치안 체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며 “시 경찰청을 해체하고 새로운 공공 안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의원 9명은 폐지에 반대하는 제이컵 프레이 시장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규모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