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고점’ 찍었나… 각국 중앙은행도 10년만에 ‘팔자’

1온스당 2000→1870달러로
전문가“속도조절 들어갔을뿐”

올해 들어 대표적인 안전자산(달러·국채·금) 중 유일하게 투자 수익률이 고공행진했던 금값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올해 3분기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금을 팔아치우면서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잠시 속도조절에 들어갔을 뿐, 다시 ‘2차 랠리’가 펼쳐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 30일까지 달러·국채·금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한 자산은 단연 금이었다.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골드선물H ETF 수익률은 19.05%를 기록했다. 이 기간 KRX금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g당 5만6540원에서 6만8420원으로 상승했다.

반면 국채 투자 수익률은 1%대에 그쳤다. KODEX 국고채 3년 ETF와 KODEX 국채 선물 10년 ETF는 각각 1.94%, 1.89%의 수익률을 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최근 급격한 달러 약세로 지난해 12월 말 달러당 1156.4원에서 지난달 30일 1135.1원까지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3.16% 올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값 고공행진이 잠시 멈추는 모습이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지난 8월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 이상 치솟았던 국제 금값은 지난달 말 1870달러대까지 내려왔다. 국제금협회(WGC)는 올해 3분기에 세계 금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892.3톤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앙은행들도 3분기에 2010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순매도로 전환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저금리와 약(弱)달러 기조로 금값이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전망한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10년 간 자산시장 측면에서 주식과 채권은 상당히 오른 반면 귀금속 가격은 많이 오르지 못했다”며 “금값이 시기적으로 쉬다가 다시 한 번 2차 상승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CNBC 방송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오는 2021년 원자재 강세장을 예측하면서 금값이 23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정은 기자 eun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