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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성 편향│존 티어니·로이 F 바우마이스터 지음│정태연·신기원 옮김│에코리브르
부정적 정서가 긍정보다 강한 영향
생존위한 방어기제로 작용하지만
때론 불필요한 불안·두려움 초래
일상서 감사한 축복 직접 적어보고
아름다운 기억 끊임없이 음미 등
기쁨놀이 집중하면 부정성 극복해
우리는 왜 칭찬 세례를 받고도 한 마디 비판에 속을 끓이나. 왜 ‘좋은 뉴스’보단 ‘나쁜 뉴스’에 먼저 눈길이 가나. 미국 과학 저널리스트와 심리학자가 쓴 ‘부정성 편향’은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연구 보고서다. 부정성 편향이란 부정적 사건이나 정서가 긍정적인 것보다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다.
책은 인간을 지배하는 부정성 편향의 원인과 현상을 살핀 뒤 거꾸로 ‘인간이 부정성 편향을 지배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저자에 따르면 원시 수렵·채집사회부터 조상들은 ‘맛 좋은 열매’가 아니라 ‘독이 든 열매’를 우선 골라내는 데 집중했다. 위협이 닥치면 심장 박동과 땀 분비가 활성화되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부정적 신호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진화의 결과다.
저자는 이처럼 부정성 편향이 생존을 위한 보편적 방어기제지만 때론 불필요한 불안과 두려움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매일 마주하는 여러 이민자 대신 범죄를 저지른 소수의 이민자에게만 주목해 ‘혐오’를 드러내고, 사소한 다툼으로 주변인과의 관계를 망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인·미디어·학자가 ‘부정성 장사꾼’ 혹은 ‘위기 장사꾼’처럼 행세하면서 ‘위기의 위기’를 낳는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테러리즘이 실존하는 위협인 것은 분명하지만 쏟아지는 부정적 뉴스와 전망은 시민과 사회의 ‘집단적 어리석음’을 부추긴다. 저자는 2003년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을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는 ‘상상 속 위험’이 ‘진짜 위험’을 부른” 사례라고 꼬집는다. “한 가지 잘못된 일을 ‘파국의 조짐’으로 해석하는 예언자들 탓에 인류는 과거에 비할 수 없는 번영에도 더 많은 걱정을 떠안은 채 삶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있다.”
이에 책은 두 가지 차원에서 “가짜 공포에 대한 반격을 통해 좋은 것이 나쁜 것을 이기는 전략”을 고민한다. 먼저 부정성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보통 좋은 날 세 번에 나쁜 날 한 번을 경험한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4의 법칙’을 목표로 삼자고 말한다. 평균보다 많은 ‘좋은 것 4개’가 있으면 ‘나쁜 것 1개’가 닥쳐도 부정성 편향에 사로잡히지 않는 연습을 하자는 얘기다. 이런 긍정적 낙관주의는 ‘폴리애나 원리’라는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연이은 불운에도 좌절하지 않는 소녀의 성장을 담은 소설 ‘폴리애나’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저자는 ‘폴리애나 원리’를 일상에서 구현하기 위해 “감사한 축복을 직접 적어보고, 좋은 소식은 나누고, 아름다운 기억을 끊임없이 음미”해보자고 제안한다. 이런 ‘기쁨 놀이’가 쌓이면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남아 있으며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것”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저자는 부정성 편향만큼 ‘폴리애나주의(Pollyannaism)’도 우리 안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은 사람의 약 80%는 이를 극복해 ‘외상 후 성장’에 이르고, ‘긍정 트위트’가 ‘부정 트위트’보다 두 배로 많이 공유된다는 조사결과를 보면 “나쁜 것에 주의를 쏟는 상황에서도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저부정성 다이어트’도 부정성 편향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건강을 위해 ‘정크푸드’를 멀리하듯 끔찍한 뉴스만 읽는 습관을 고치고, SNS에서 ‘낙관주의’와 ‘교양’을 전하는 사람을 팔로하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다른 하나의 전략은 부정성의 힘을 역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나 회사 등 조직 관리자를 위한 지침이다. 부정적 후기는 늘 기업의 골칫거리지만 미국 호텔 ‘카사블랑카’처럼 겸허한 댓글을 달고 발 빠르게 부족한 면을 개선하면 ‘최고 평점’을 유지할 수 있다. 저자는 또 직원이나 학생에 대한 어설픈 보상보다는 정확한 비판과 처벌이 “상대를 돕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완전히 제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때론 도움이 되기도 하는 본능의 속성을 고찰하고, 그 본능에 굴복하지 않는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희망을 다짐하는 새해에 어울리는 책이다. 392쪽, 2만1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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