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피해·분쟁, 너지효과 접목하면 줄어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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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硏, 금융시장에 행동경제학 활용 첫 제안

수익구조 복잡 파생결합 상품
투자 결정 때 위험요소 간과

위험등급·정보제공 형식 개선
인센티브로 투자자 보호 가능

미국 미네소타주에서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의 세금 납부 경고장 대신에 “이미 미네소타 주민의 90% 이상이 납세의 의무를 이행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보냈을 때 자진 납세 효과가 훨씬 컸다. 이른바 너지(nudge) 효과로 행동경제학의 요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너지 효과는 경제 주체인 개개인에게 강제적인 지시보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듯’ 부드럽게 상황에 개입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행동경제학의 주요 개념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행동경제학은 투자자 보호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최근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 판매나 투자손실에 따른 분쟁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행동경제학 해법으로 찾아보려는 논문이 처음 나왔다. 금융당국도 행동경제학의 통찰을 투자자보호정책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석훈 선임 연구위원, 김준석 선임 연구위원, 강소현 연구위원 등은 최근 발표한 ‘행동경제학과 투자자보호’ 보고서를 통해 최근 금융피해 사건을 투자자들의 금융 이해력 부족과 함께 “행태적 편의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과거 익숙한 경험과 단순하게 끌리는 수치에 빠져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특히 파생결합증권의 경우 상품의 복잡성 때문에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행태적 편의가 나타나기 쉽다고 전제한다. 수익구조가 복잡하고 위험과 수익 특성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거 수익률 의존, 익숙한 기초자산이나 발행회사 상품 선호, 투자 위험 간과, 투자 결정 과정에서의 지나친 확신 등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선임 연구위원 등은 “파생결합상품을 비롯한 모든 금융투자상품 수익구조의 위험도와 복잡성을 객관적 기준으로 분류하고 체계적이고 일관된 적합성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파생결합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행태적 편의가 정보제공 확대를 통해 해소되기 어렵다면 부적합한 투자자를 배제할 수 있도록 적합성 원칙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행동경제학이란 이처럼 이성적인 경제적 인간을 전제로 한 주류 경제학이 아닌 실제적인 인간 행동을 연구,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경제학의 한 분파다.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