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보당국, 월북자 이동패턴-북한군 무대응-코로나방역 분위기 무시 월북 근거로 대공사건 무게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단기목적 수행 남파 이후 월북” 가능성 제기

정보당국은 지난 1월 강원 고성군 지역에서 발생한 월북 사건에서 월북자의 이동 패턴과 북측의 움직임 등을 근거로 단순 월북이 아닌 대공 사건으로 분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당 지역 출신 탈북자를 중심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군과 경찰은 월북자가 지난 2020년 이 지역을 통해 귀순했던 인사로 보고 있다.

3일 국가정보원·경찰청에 따르면 정보당국은 ▲월북자의 지형·지물 숙달 ▲북한군의 무대응 ▲코로나19 방역 총살 분위기와 상반된 월북 등을 근거로 사전 교신에 따른 간첩의 월북으로 판단하고 있다.

월북자는 1일 오후 6시 40분쯤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어선 후 10시 40분쯤 군사분계선(MDL) 철책까지 넘어 월북했다. 월북자는 월북 과정에서 지뢰지대 등을 피해 다니는 등 지형·지물에 익숙한 모습을 보였다. 정보당국이 단순한 민간인 월북이 아닌 해당 지역 출신 탈북자에 무게를 싣는 이유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일반 민간인은 MDL 인근에 가기도 전에 방향을 잃을 만큼 해당 지역은 지형이 험난하다”며 “군사 교육을 받은 이의 월북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 또한 월북 사건 이후 과거와 달리 수색 작업을 펴지 않는 등 특이동향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에서 월북자 발생과 관련 통지문을 보냈지만 북측에선 이와 관련한 응답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월북 사건 이후 북측에서 4명의 요원이 남측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보당국은 이들이 일종의 안내조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2020년 9월 코로나19 방역을 명목으로 북측 해역에서 발견한 남측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총살하는 등 강경조치를 취했었다는 점에서 민간인이 생사를 걸고 월북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사전에 북한과 접선 연락을 한 후 월북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은 코로나19 여파가 확산되던 2020년부터 국경지대 방역을 이유로 국경 접근자에 대해 총격 경고를 내린 바 있다.

대공수사 전문가들도 생계·이념형 월북이 아닌 간첩의 월북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출신의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월북자의 움직임과 북한의 대응을 보면 단기목적 수행을 위해 내려왔다가 다시 북한으로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정찰총국 소속 간첩과는 다른 루트로 월북한 것에 비춰 전방 부대 소속으로, 한국군 전방지역 감시동태와 지형 관찰 임무 등을 수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군은 초동 부실조치 여부와 이동 경로, 월북자 신원 파악 등을 파악하기 위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 등 17명을 현장에 급파해 조사 중이다. 군 조사결과는 이르면 4일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방부는 월북자의 신변 보호 차원에서 전날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대북통지문을 발송했으나, 현재까지 북한은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북한의 답변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도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없으며, 추가로 설명해 드릴 만한 사안은 없다”고 전했다.

정철순·김성훈·정충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