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기후변화 커질수록 原電 더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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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전국이 집중호우와 찜통더위가 교차하는 가운데 냉방기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으로 인한 전력 소비도 늘고 있다. 그러니 한여름 전력예비율이 경계수위를 넘나든다. 또, 기후변화는 여름은 더 뜨겁게, 겨울은 더 춥게 만든다. 덩달아 전력 수급 예측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세계적인 화두다. 전 세계 대다수 국가는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연대에 동참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구환경 보호지만, 각국의 에너지 사용 형태와 내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제적인 흐름이다. 국제 에너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코로나로 인한 세계 공급망 불안, 천재지변 및 국가 간 이익 다툼에 따른 에너지 자원 가격 급등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특히, 2년 전 코로나로 인해 마이너스 가격까지 폭락했던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이 올해 초에는 배럴당 130달러까지 급등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럽이 러시아에 대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는 이에 대응해 유럽행 천연가스 수송관 밸브를 잠갔다. 이로 인해 세계적인 천연가스 공급난이 촉발되며 가격이 급등했다. 심지어 웃돈을 주더라도 물량을 확보하기 힘들어, 올겨울 우리나라도 천연가스 대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현실은 어떤가. 세계에너지협의회(WEC)는 지속 가능성, 에너지 안보, 에너지 평등 3가지 항목에 대해 130여 개국의 에너지 현황을 매년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우리나라는 2021년 조사 대상 127개국 중 32위로 평가됐다. 특히, 에너지 안보 항목에서는 35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중하위 수준이었다. 국내 총사용 에너지의 약 92.8%(우라늄 포함)를 수입에 의존하고, 전력망이 다른 나라와 고립된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가 취약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 확보를 최우선시하는 정책을 수립·이행해야 한다. 열악한 대내외 에너지 환경 속에서 국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원자력 이용 확대는 불가피하다. 이는, 10년 이상 탈원전 정책을 고수했던 독일이 최근 원전 6기의 연장 가동을 고려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사국인 일본도 신규 원전 건설 논의를 시작했다는 사실로도 확인된다. 또, 국내적으로는 매년 여름 전력예비율이 10%를 밑돌 때면, 하계 전력수급대책의 하나로 정비 중인 원전을 조기 투입하곤 했다. 원자력은 탄소 배출 없이 전력을 공급하는 청정 발전원으로서, 전력 수급 비상 상황에서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려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기저 전원 역할을 하는 에너지원이 꼭 필요하다. 이 때문에라도 원자력은 필요하다. 지금처럼 대외 의존도가 큰 불안정한 에너지 수급 상황에서 벗어나 에너지의 자립도를 높이고 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의 공존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