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합의 무효·반도체 규제… 文-아베때 한일관계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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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파기 선언 치닫기도
‘양국갈등 국내정치 악용’ 비판

한·일 관계는 문재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 사실상 무효화와 대법원의 일본 전범기업 강제동원 배상 판결,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등 갈등 격화로 양국 정상 교체에도 58개월째 정상회담을 갖지 못할 정도로 경색 국면에 빠져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시절 갈등 현안을 국내 정치에 동원하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한·일 관계는 매년 악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일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든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7개월 만인 2017년 12월 외교부 장관 직속으로 꾸린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위안부 합의의 사실상 무효화를 선언하면서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2월 합의 체결 전후로 정부와 위안부 피해자들 간에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합의 이행 기구로 설립된 화해·치유 재단도 해체했다. 이에 일본 정부가 반발하며 한·일 간 갈등이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2018년 10월 대법원이 일본 강제동원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판결하며 갈등이 최고점을 찍었다.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배상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체결 당시 한국 정부에 제공한 약 5억 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 자금으로 이미 해결됐다고 반발했다. 두 달 뒤인 2018년 12월에는 동해에서 북한 어선을 수색하던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에 레이더를 조준했다며 일본이 항의하기도 했다. 일본은 2019년 7월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에도 들어갔다. 국내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대규모 일본산 제품의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중단된 것은 악화할 대로 악화한 한·일 관계의 상징처럼 인식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8월 1년마다 자동 연장돼 온 지소미아의 연장 불가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2021년 8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福島) 오염수 방출 결정 발표까지 더해지며 한·일 관계는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차례 만났지만 당시 회담은 구색을 갖추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조와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영향력 확대 등으로 한·일 공조의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갈등 현안이 만만치 않아 양국 정부 의지에도 한·일 관계 개선 본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