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떠넘기기에…‘연금개혁 논의’ 지연 우려

■ 재정추계위, 2055년 고갈 확정

국회 연금특위 수개월 결실없어
보건복지부가 공 넘겨받았지만
10월까지 정부 개혁안 마련해도
총선 앞두고 정치 논쟁 불 보듯

국민연금이 2055년 고갈된다는 정부의 5차 재정추계 최종 결과가 확정되면서 연금개혁 주체가 국회에서 정부로 바뀌었다. 정부는 10월 말까지 개혁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수개월 동안 개혁 방향도 잡지 못하고 사실상 정부에 떠넘긴 만큼, 국회와 정부가 민감한 개혁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면서 논의가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는 공무원연금 등 다른 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해 개혁하는 구조개혁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에 방점을 두어와 개혁 방향을 놓고 국회와 정부 간 손발도 맞지 않는 상황이다.

31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는 국민연금 제도가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기금은 2041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 고갈될 것이라는 시산 결과를 5차 재정추계 최종 결과로 확정했다. 이번 최종 결과에는 기본 가정 외에도 다양한 미래 상황을 고려한 시나리오별 민감도 분석 결과도 포함됐다. 이에 따르면 기금투자 수익률이 기본 가정치 연 4.5%에서 0.5%포인트 오르면 기금 적자 전환 시점은 기존 전망보다 2년 늦춰질 것으로 나타났다. 1%포인트를 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은 5년 늦춰진 2060년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0.78명이었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이 계속 ‘0명’대에 머물러도 기금 소진 시점에는 변화가 없었다. 다만 기금이 소진되면 해마다 연금 수급자에게 줄 돈을 가입자 보험료로 충당하는 ‘부과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0명대 초저출산이 유지되면 2093년에는 부과방식비용률이 42.1%에 달해 월 소득의 약 42%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재정추계가 확정되면서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 후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종합운영계획은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승인을 거친 후 올해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재정추계의 과학적 분석을 지원할 전문가 ‘연금수리위원회’(가칭)를 구성해 내달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 안은 다시 국회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회 연금특위는 지난 2월 논의 방향을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고치는 모수개혁에서 구조개혁으로 갑자기 틀면서, 정부에 역할을 떠넘긴 바 있다. 또 제출 시기도 내년 총선을 반년 앞둬 정치적 논쟁 속에 개혁 추진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