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에 지난해 제조업 생산 3.9%↓… 외환위기후 최대폭 감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권호영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통계청‘2023 산업활동 동향’

고금리·고물가탓 소비심리 추락
소매판매 20년만에 최대폭 감소
전산업생산은 전년보다 0.7%↑

지난해 제조업 생산이 상반기 반도체 불황 영향에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소매판매도 2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면서 2년째 감소세가 이어졌고 설비투자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생산지수(2020년=100)는 110.9로 전년보다 0.7% 증가했다. 산업생산지수는 2021년 5.3% 증가한 이후로 3년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산업생산 증가는 서비스업이 견인했다. 지난해 서비스업은 도·소매 등에서 줄었지만, 금융·보험, 운수·창고 등에서 늘어 2.9% 증가했다. 반면, 광공업 분야는 큰 폭으로 줄었다. 광공업 생산은 3.8% 감소했다. 반도체 불황 영향으로 제조업 생산이 3.9% 줄면서, 1998년(-6.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은 5.3% 감소해 2001년(-15.3%)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매판매는 승용차 등 내구재(0.2%) 판매는 늘었지만, 비내구재(-1.8%)와 준내구재(-2.6%)가 줄면서 전년보다 1.4% 감소했다. 2003년(-3.2%) 이후 최대 폭 감소로, 전년(-0.3%)에 이어 2년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가 지난해와 재작년 좋지 않았던 상황이고, 금리나 환율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7.2%), 자동차 등 운송장비(-0.4%) 등에서 줄어 5.5% 감소했다. 역시 2019년(-5.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토목 등 공사실적이 늘면서 7.7% 증가했다. 건설 경기의 향후 흐름을 보여주는 건설 수주(경상)는 부동산 경기침체 영향으로 19.1% 감소했다.

월별 실적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은 광공업·서비스업에서 모두 증가해 전월보다 0.3% 늘었다. 전월(0.8%)에 이어 두 달째 증가세다. 광공업은 0.6% 증가했다. 반도체(8.5%)·자동차(4.7%) 생산 증가로 제조업 생산이 0.6% 늘어난 영향이다. 제조업의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107.7%로 전달보다 8.6%포인트 하락했다.

소매판매는 내구재·준내구재에서 모두 줄어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11월 반짝 증가(0.9%)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설비투자는 자동차 등 운송장비(-3.2%)가 줄었지만, 기계류(8.9%)가 늘면서 5.5% 늘었다. 건설기성은 전달보다 2.7% 줄었고 건설 수주는 1년 전보다 34.9% 증가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