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100조 세계최대 디지털 격전지… 네이버·카카오도 출사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韓 기업의 패권도전 국제금융자유구역 ‘아부다비 글로벌마켓’(ADGM)의 대대적인 확장을 위한 간척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 한-중동 ‘석유없는 미래’ 준비한다 <10>
아부다비에 터 잡은 국내 블록체인 업체 ‘네오핀’

네오핀 “중개자 없는 금융거래
ADGM 협력통해 규제안 수립”

네이버 ‘디지털 트윈’ 구현 주력
카카오, 車 호출 시스템 고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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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ADGM에 입주한 국내 블록체인 기업 네오핀 관계자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아부다비 기관들은 혁신산업 육성에 대해 적극적이고 진취적입니다. 이제는 중동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 블록체인 등과 같은 첨단산업이 ‘새로운 석유’로 부상하고 있어요.”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위치한 국제금융자유구역 ‘아부다비 글로벌마켓’(ADGM). 이곳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꼽히는 알 카템 타워 사무실에서 만난 국내 블록체인 업체 네오핀의 김용기(44) 대표는 “단순히 규제 대응 차원을 넘어 규제 구축에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국가를 찾던 중 기회를 제공한 아부다비를 시장 확장의 전진기지로 선택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디지털·금융 산업 중심지로의 도약을 꾀하는 중동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유 의존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미래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을 기반으로 ‘디지털 붐’을 선도하고 새로운 성장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2022년 기준 중동 국가의 IT 관련 예산 규모가 총 133억 달러(약 17조8000억 원)에 이르는 가운데 세계 첨단 IT·금융 업계의 중동 시장 선점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내셔널데이터코퍼레이션(IDC)은 중동·튀르키예·아프리카의 디지털 혁신 투자가 2026년 740억 달러(약 99조490억 원)를 넘길 것으로 봤다. 챗GPT 개발사 오픈AI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UAE AI 기업 G42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다. 네오위즈홀딩스 블록체인 관계사인 네오핀은 2022년 글로벌 웹 3.0(개인 콘텐츠 소유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차세대 인터넷) 생태계와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 시장 확장을 위한 무대로 UAE의 ADGM을 선택했다. 신중한 검토 끝에 글로벌 디지털·금융 허브인 싱가포르를 뒤로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디파이는 은행 등 중앙화된 서비스 주체가 통제하는 기존 금융 시스템과 달리 중개자 없이 개인이 직접 수행하는 금융 거래 방식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디파이에 대한 규제 강화가 논의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네오핀은 ADGM 당국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 최초의 디파이 규제안 수립과 블록체인 사업의 글로벌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ADGM에는 네오핀 외에도 위메이드 지사, 라인의 블록체인 재단 핀시아, 베스핀글로벌, H2O호스피탈리티 같은 국내 기업들이 현지 법인을 세웠다.

김 대표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등 대한민국 경제사절단의 UAE 방문 이후 더 우수한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ADGM과 UAE 정부 최대 투자기관인 ‘아부다비 투자진흥청’(ADIO) 등이 혁신 아이디어 창출을 충분히 지원하는 만큼, 앞으로 국내 IT 및 벤처·스타트업의 아부다비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탄소·IT 및 제조업 기반 국가’로의 변화를 시도 중인 사우디 등에 대한 국내 빅테크 기업의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는 이르면 올해부터 사우디 수도 리야드 등 5개 도시를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에 착수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로부터 해당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사회를 디지털 세계에 똑같이 구현하는 기술로, 중동 도시개발 사업에서 활발히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그간 건설·토목 등이 중심이었던 중동 사업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이 존재감을 드러낸 첫 사례”라고 자평했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 국부펀드(PIF) 등으로부터 1조2000억 원 규모 투자를 받은 뒤 중동과의 협력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페이 결제 시스템 구축, 카카오T를 통한 사우디 내 차량 호출·관제 시스템 고도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아부다비=글·사진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