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 카메라로 수분·당도 측정… 이상기후 뚫고 나온 ‘골드’ 키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농장에서 수확한 키위 품질을 검수하는 제스프리 팩하우스. 제스프리 제공

■ 뉴질랜드 기업형 협동조합 ‘제스프리’ 가보니…

축구장 25개 합친 규모 농장
식재~유통 통합관리시스템
무작위 채집해 검수후 수출
작황악화에도 年 3.2조 매출

타우랑가=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맛이 달고 크기가 균일한 과일을 사시사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게 ‘제스프리 시스템’의 강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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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타우랑가에 있는 제스프리 키위 농장. 축구장 25개(17만㎡)를 합쳐놓은 크기의 농장인 이곳에서는 농장주 제프 로데릭 씨가 키위나무에 달린 열매를 부지런히 솎아내고 있었다. 강한 바람으로 인한 낙과 등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한 방풍림(防風林) 앞에 선 그는 “상처가 많거나 덜 자란 키위를 솎아내는 작업은 수확 직전인 3월 말까지 이뤄진다”며 “고품질의 키위를 재배하면 합리적인 공급가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어 농가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키위 숙성도를 감별해 수확 시기를 정해주는 연구소의 승인을 받지 못한 키위는 폐기된다”며 “수확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 이는 전적으로 관리를 잘못한 농가의 불찰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수확 전 키위의 상태를 확인하는 힐 연구소. 제스프리 제공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과일을 포함한 농산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의 선진 농업 체계가 주목받고 있다. 뉴질랜드 농가들이 모여 결성한 기업형 협동조합인 제스프리는 농가 선정부터 식재·수확·선별·유통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엄격히 관리하는 통합 관리 체계인 ‘제스프리 시스템’을 운영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확량 감소나 농산물 가격 하락 등 다양한 변수에 농가들이 그대로 노출돼 있는 국내와 달리 제스프리는 양질의 키위 생산을 위한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농가 소득 안정을 돕는다. 이처럼 앞선 농업 체계를 통해 제스프리는 지난해 키위만으로 무려 39억2000만 뉴질랜드달러(약 3조20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여 년 만에 제스프리가 출시한 신제품 루비레드키위. 제스프리 제공

키위 농가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팩하우스’에서는 이런 제스프리의 철저한 관리 체계를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수확한 키위를 적외선 카메라와 정밀 기계를 활용해 수분량, 당도 등 품질을 세밀하게 측정한다. 팩하우스에서 근무하는 크리트 아쿠하타 씨는 “자동화 벨트에서 1등급 키위를 분류하며, 미분류된 키위는 육안으로 한 번 더 검수한다”며 “이곳을 통해 수출하는 키위는 어느 농가에서 수확했는지 추적도 가능하다”고 했다.

제스프리 키위가 해외로 수출되려면 ‘힐 연구소’의 엄격한 품질 관리도 통과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농가 요청에 따라 수확을 앞둔 키위를 무작위로 채집해 경도와 색상, 무게 등 품질 검사가 진행된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키위는 판매나 수출이 불가능하다. 브래드 스티븐즈 힐 연구소 지점장은 “농장별 키위 평균 검사 횟수는 2회로, 농가에 적절한 수확 시기를 안내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모든 데이터는 제스프리에 공유하며, 팩하우스와 논의 후 수확 여부를 확정한다”고 말했다.

제스프리는 키위의 효능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개발(R&D)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20여 년에 걸쳐 개발한 신품종인 ‘루비레드키위’를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신제품은 루비처럼 선명한 붉은 과육과 천연 베리류 과일의 달콤한 맛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루비레드키위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영양소가 특히 풍부하다.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과 폴리페놀을 포함해 비타민C·비타민A·비타민E·셀레늄·아연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