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유일한 대기업 총수 ‘동일인 지정’… ‘예외요건’ 생겼다

친족 경영 미참여 등 충족해야
김범석 쿠팡 의장 혜택받을 듯

자산총액이 5조 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오너(자연인)가 친족의 경영 미참여 등의 ‘예외요건’들을 충족하면 올해부터 동일인(총수) 지정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세계 유일의 동일인 지정제의 ‘틈새’ 조항이 생기는 셈이지만 예외요건 문턱이 높은 탓에 사실상 외국 국적자 논란이 있던 김범석 쿠팡Inc 의장만 동일인 지정을 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법인을 총수로 지정해도 자연인이 총수일 때와 비교해 대기업 집단범위가 같고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출자·경영·자금거래 관계가 단절돼 사익편취가 없는 경우에 한해 대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어도 국내 회사·비영리법인·단체를 동일인으로 지목해 대기업집단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집단 지정제 개선 논의는 쿠팡이 계기가 됐다. 공정위는 매년 5월 자산총액이 5조 원 이상인 기업들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해당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자를 동일인으로 지정해 규제해왔다.

하지만 쿠팡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외국 국적자를 총수로 지정할 법적 근거가 없는 탓에 한국계 미국인인 김 의장 대신 법인이 총수로 지정돼왔다. 또 김 의장은 쿠팡의 ‘최상단회사’인 쿠팡Inc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국내 계열사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 않아 예외요건을 충족하는 상황이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