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2032년 대만 제치고 세계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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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반도체산업협회 보고서

글로벌 생산 점유율 19% 달성
미국 등 앞서 ‘역대 최고’전망
생산능력 증가율 129%로 2위
첨단 10나노 이하는 약세 예상

한국의 반도체 생산 비중이 2032년 전 세계 시장의 약 20%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이 오랜 라이벌인 대만을 제치고 2위로 뛰어오를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의 첨단 공정 비중은 세계 주요 국가의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운 유치 경쟁 여파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분석돼 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8일(현지시간) 공개한 ‘반도체 공급망의 새로운 회복 탄력성’ 보고서에서 오는 2032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생산능력(캐파)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21%)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대만(17%)과 미국(14%)을 앞설 것으로 예상됐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반도체 생산 비중(17%)은 중국(24%)과 대만(18%)에 이어 일본과 함께 공동 3위로 평가됐는데, 8년 뒤에는 대만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 것이다.

한국의 생산 점유율이 증가하는 것은 반도체 공장 건설을 통해 캐파 역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도 이 기간 한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증가율을 129%로 추정했다. 이는 미국(20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유럽(124%)과 대만(97%), 일본(86%), 중국(86%), 기타(62%) 등에 앞선 수치다.

보고서는 “한국은 반도체 산업 발전에 일찍 투자해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전 세계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D램 시장에서 각각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첨단 공정을 비롯해 10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이하 한국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31%에서 9%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대만도 69%에서 47%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을 앞세워 자국 내 설비 투자를 장려하면서 첨단 공정 전문 공장을 짓는 등 투자가 급증한 것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정부는 반도체 생산 보조금(390억 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 달러) 등 모두 527억 달러(약 75조5000억 원)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32년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증가율은 2022년 대비 3배 수준(203%)으로 늘어나고, 생산 점유율도 10%에서 14%로 뛸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10㎚ 이하 공정 생산 점유율은 2022년 0%에서 2032년에는 28%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보고서는 “반도체 지원법이 없었다면 미국의 점유율은 2032년 8%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