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갤러리>[AM7]유진, 털털한 성격에 도도함 갖춘 ‘도시 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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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댄서의 순정’(7월1일까지)이 공연 중인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 이 무대에 도시적인 세련미가 상징인 그의 이미지는 온데 간데 없다. 그곳엔 촌티 풀풀 나는 옌볜 처녀 ‘채린’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2시간 동안 ‘촌티녀’가 펼치는 연기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런 애교와 어깨를 토닥거려줄 만큼의 잔잔한 눈물을 동시에 아우른다.

그 많은 춤은 또 언제 배웠을까. 삼바, 룸바, 차차차, 파소도블레…. 이름도 낯선 댄스스포츠의 장르들이 그의 어깨와 허리선을 타고 제멋대로 활개치고 있었다. ‘노래는 기본, 연기는 필수, 춤은 선택 아닌가요?’라는 말을 금세라도 쏟아낼 것만 같은 자신감. 댄스그룹 ‘S.E.S’ 출신 유진(26)은 그렇게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뮤지컬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 나랑 맞을 거 같아 바로 수락했죠. 댄스스포츠를 배워보고 싶었는데,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었을 때 더 돋보이는 요소들이 많을 것 같았어요.”

춤에 소질이 뛰어나 빨리 배웠을 것 같다고 물었더니, 그는 손사래부터 친다. “아니에요. 비트도 다르고 음악도 달라요. 완전히 다른 나라 말 배우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러나 무대속의 그의 춤은 3개월 속성 훈련만으로 완성된 결과물이라고는 보기 힘든 그 ‘무엇’이 있다. “아마 열정 때문일 거예요. 배우는 시간은 짧았지만 그 시간 안에 춤에 대한 제 열정을 모두 쏟아부었어요. 잘난 척 좀 하면 교습소 차려서 가르칠 만큼은 되는 것 같아요. 호호. 앞으로 선수로 나갈 수 있을 만큼 더 배우고 싶어요.”

가수로 데뷔한 지 올해로 10년째. 데뷔 전부터 멀티 영역에 도전하고 싶었던 그의 꿈이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올해 그는 뮤지컬과 영화에만 주력, 배우로서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연기를 하면 우연찮게도 촌스러운 역할만 맡았어요.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지금 하는 뮤지컬이나 얼마전에 개봉한 영화(‘못말리는 결혼’)까지도요. 그래서인지 촌스러운 연기가 이젠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

주로 맡은 배역처럼 유진은 실제 자신의 성격도 토속적이고 털털하다고 자랑했다. 그는 “지금은 어리니까 촌스러운 역할을 해도 귀엽게 봐주는 것 같다”면서 “나이 들어서는 세련된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연예계 생활 동안 가장 가치있게 얻은 선물은 돈도 명예도 아닌 ‘사람들’. “너 진짜 편한 성격”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인복의 무게도 늘어난다고 했다. 인터뷰가 마무리되자, 사진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층에서 한 방 더 찍읍시다.” “네, 지금 올라갈게요.”

별다른 조명 기구 없는 소박한 세트를 배경으로 유진이 작은 의자에 걸터 앉았다. 그곳엔 촌스러운 옌볜 처녀의 수줍음도 귀여운 여인의 아기자기함도 없었다. 강렬하고 도도한 눈빛이 그걸 보란듯이 증명하고 있었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