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봐 ! 진화론은 틀렸다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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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1809~1882)의 진화론은 전혀 오류가 없는 진리일까. 한국에서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과학적 진실인 것처럼 가르치고 있지만 서양, 특히 미국에선 진화론에 대한 공방이 여전하다. 미국에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5%가 진화론을 믿지 않는다고 답할 정도다.

이 책 역시 진화론에 대해 갖가지 사례를 들어 반박하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동물에서 나타나는, 진화론과 상반되는 자연의 예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다윈의 주장을 꼬집는다.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1. 물 속에서 펭귄은 그야말로 물 찬 제비다. 방추형으로 매끈하게 빠진 몸매 덕분에 펭귄은 머리와 목과 등 일부만 수면 위로 내놓은 채 물속에 잠겨 있을 수 있다. 펭귄의 뼈는 다른 조류와 달리 공기로 채워져 있지 않고, 뻣뻣한 깃털은 물고기 비늘처럼 몸에 착 달라붙어 있다. 또 거의 지느러미처럼 변한 날개에는 근육이 엄청나게 발달했다. 한마디로 헤엄치기에 완벽한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펭귄의 신체 조건은 육지에서 생활하기에 적합하지 못하다. 펭귄은 극단적인 숏다리 탓에 넘어지지 않으려면 항상 몸을 수직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런 자세로 걷다 보니 심하게 뒤뚱거릴 수밖에 없다. 펭귄은 비슷한 체구의 다른 육상동물에 비해 걷는 데 두 배가량의 물질대사 에너지가 필요하다. 극지방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소비가 많을 텐테 이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2. 진화의 과정에서 코알라는 매우 독특한 신체적 특징들을 발전시켰다. 예를 들어 코알라의 발은 엄지와 검지가 나머지 세 발가락과 마주 보는 집게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했다. 그래서 굼뜨고 둔한 이 동물은 생의 대부분을 보내는 유칼리나무 위에서 단단한 껍질을 붙잡은 채 떨어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코알라는 지나친 편식과 운동부족 탓에 질병에 몹시 취약하다. 성병 전염병 방광염 호흡기질환 충치 설사 변비 위장병 암 건조증 근육위축증 등 코알라의 몸은 질병백과사전이나 다를 바 없다. 이렇게 허약한 동물이 여태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은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여기에 사람들의 대량 이주가 더해져 20세기 초에는 실제로 거의 멸종될 뻔했으나 다양한 자연보호조치로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3. 치타는 순간가속의 대가이지만 지구력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치타의 추적 사냥은 20초 이상 지속되지 못한다. 이 시간 안에 반드시 먹잇감을 포획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치타가 빠르긴 하지만 지그재그로 달리는 능력은 먹잇감들이 대체로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일단 사냥에 실패하면 치타는 다시 사냥에 나서기 전에 최소 몇 분 이상 휴식을 취해야 한다.

진화는 치타의 빠르기를 최고로 유지하는 데 모든 카드를 사용하고 다양한 유전적 도박의 가능성은 배제했다. 태곳적의 유전적 표준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결과 치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빠른 발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생존경쟁에 뒤처지고 말았다.

저자가 파악한 다윈 진화론의 핵심은 이렇다. 다양한 동식물 종(種)들의 특징과 행태는 창조의 산물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생명의 적응과정에 따른 결과라는 것. 또 다른 중심개념으로 ‘자연선택’이 있다. 이는 모든 생물학적 종이 생산하는 후손에게서는 돌연변이라고 불리는 미세한 변화가 항상 나타나는데 이 돌연변이를 통해서 환경의 요구에 적합하게 바뀐 개체들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개체는 점차 무대에서 사라진다. 환경에 적응한 돌연변이 개체들은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후손에게도 자신의 변화를 물려준다. 이런 변화는 세대를 거쳐 계속되며, 지속되는 변화를 통해 끝까지 살아남은 강력한 돌연변이는 결국 새로운 종으로 바뀐다.

하지만 저자는 진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우선 진화가 ‘무자비한 생존투쟁의 장’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보다는 “진화를 누군가가 지구상에 마련해놓은 현란한 게임으로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진화의 게임에서는 운이 좋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진화론을 진보 개념으로 보는 시각 역시 오해라고 말한다. 진화론에 따르면 생명은 장구한 세월에 걸쳐 점차적으로 단세포에서 다세포를 거쳐 식물로, 동물로 그리고 인간으로 꾸준히 상승·발전했다고 한다. 인간은 진화의 절정, 즉 지구상에 출현한 모든 것들 중 최고의 위치에 있다는 것. 하지만 저자는 “이 구도에는 허영심이 작용한 게 분명하다”며 “인간은 신체적으로 열등한 존재”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인간이 유일하게 나은 점은 두뇌의 성능뿐인데 지난 수십년 간의 변화를 보면 인간은 스스로는 물론 지구 전체까지 파멸로 끌고 갈 수도 있는 괴이한 파괴 충동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결코 진보가 아니다”고 결론내린다.

드러내놓고 밝히지는 않지만, 결국 저자의 입장은 창조론에 서 있다.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책에서 펼쳐 보이는 사례들 중 일부는 진화론의 허점을 증명하는 예인지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 엄밀한 학문적 논증보다는 ‘이렇게 약점이 많은 동물들이 어떻게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나’고 반박하는 수준이다. 책의 요지인즉슨 현재 살아 있는 동물들은 생존경쟁이 아니라 생존게임에서 운좋게 살아남았을 뿐이라는 것. 동물들이 적자생존과 같은 개념과는 무관하게 제멋대로 살아가고 있을 따름이라는 논리는 재밌긴 하지만 허약한 느낌을 준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