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김희갑… 박노식… 기억하라 ! 한국고전영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내 한국영상자료원의 고전영화관은 1990년 이후 영상자료원 측이 발굴하고 보전한 고전영화를 필름으로 구경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이 고전영화관은 영상자료원이 지난 5월 상암동에 신청사를 마련해 이전함에 따라 연말까지만 문을 연다. 그래서 영상자료원은 아쉬워 할 고전영화 팬들을 위해 5일부터 28일까지 ‘안녕, 고전영화관!’이라는 이름으로 고별기획전을 연다.

우선 5일부터 14일까지는 ‘트랜스내셔널 첩보영화:홍콩 스파이 vs. 동경특파원’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선 1960, 70년대 크게 유행했던 ‘초국적’의 첩보영화가 소개된다.

상영작은 홍콩과 도쿄(東京)를 무대로 스파이와 비밀경찰들이 치열한 첩보전을 펼친다는 설정을 담은 한국영화들이다.

김수용 감독의 1968년작 ‘동경특파원’을 비롯해 최인현 감독의 ‘황금70 홍콩작전’ ‘극동의 무적자’ ‘엑스포 칠십 동경전선’(이상 1970년), 박노식 감독의 ‘작크를 채워라’(1972년), 이은수 감독의 ‘여자형사 마리’(1975년) 등 6편이 상영된다. 6일 오후 ‘작크를 채워라’ 상영 후엔 1970년대 대표적 여배우 중 한 명인 우연정씨가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갖기로 했다.

20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이형표 감독전:골목안 블루스’도 눈길을 끈다. 1960, 70년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통해 ‘대중의 관심과 기호’를 중요한 요소로 부각시키며, 대중이 웃고 우는 요소들을 섬세하게 연출해 냈다는 평가를 받는 이 감독의 대표작들이 소개되는 자리다.

1960년대 초반 서울과 서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서울의 지붕밑’을 비롯해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갑돌의 학비를 벌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는 갑순이의 사연을 담은 ‘모범운전사 갑순이’, 과부와 그의 딸, 식모가 살고 있는 집에 세일즈맨 세 명이 하숙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산에 가야 범을 잡지’, 월남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사랑을 담은 ‘소문난 여자’ 등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이 상영된다.

이 감독의 데뷔작이었으며 김승호, 김희갑, 허장강, 황정순, 도금봉 등 당대 스타들이 출연해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던 ‘서울의 지붕밑’ 상영회가 열리는 20일 오후 5시엔 이 감독이 직접 관객들과 만난다. 관람료는 2000원이며, 경로우대는 1000원. 매주 수~금요일 상영회가 열린다. www.koreafilm.or.kr, 02-3153-2034

강연곤기자 ky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