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아이와 우연한 만남 따뜻한 감성 이스라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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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낸 스튜어디스 미리(밀리 아비탈)는 여섯 살 난 아이(바오치 첸)를 한 시간만 봐 달라는 중국인 가정부의 부탁을 받는다. 급하게 뛰어나간 가정부는 돌아오지 않고, 아이와는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다. 알고 보니 가정부는 불법체류자로, 강제추방을 당했다. 졸지에 엄마 노릇을 해야 하는 미리. 아이를 돌보는 게 서툴고 짜증나지만 아이에게 엄마를 찾아주는 힘든 여정을 결심한다.

이스라엘 영화 ‘누들’(14일 개봉)은 우연이 빚어내는 특별한 만남과 인연, 그 속에서 전해지는 사람들 마음의 크기와 깊이를 따뜻하게 그린다. 미리는 아이를 남겨놓고 사라진 가정부를 원망하지만, 입으로 뱉어내는 말이 아닌 표정과 몸짓으로 더 많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곤경에 빠진 아이를 구하겠다고 나선 여정은 동시에 자신을 옥죄고 있던 상처를 풀어놓는 계기가 된다. 이제 미리에게 이 아이는 억지로 떠맡게 된 귀찮은 짐이 아니라, 깊은 상처를 보듬는 ‘치료제’가 돼 버린다.

영화는 상처, 화해와 소통 같은 익숙한 주제를 등장 인물들과 몇가지 사건들로 요령 있게 전개한다. 국수를 맛있게 먹어 ‘누들’이라는 별명을 얻은 아이를 중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미리 가족들이 벌이는 위험천만한 ‘모험’은 무척 감동적이다. 미리가 고집불통인 언니 길라(아낫 왁스만)와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 전쟁을 많이 겪은 이스라엘의 공간적 배경도 영화의 주제에 꼭 들어맞는 장치로 활용된다.

세심하게 사람들의 마음이 오가는 길을 잡아낸 솜씨는 지난해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최근 세계적 영화제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이스라엘 영화들의 경향도 확인해 볼 수 있는 작품.

강연곤기자 ky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