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 건설 부양책>‘당근과 채찍’ 동시에 사용 일부 한계기업 퇴출 불가피

정부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상태에 빠진 건설업계 지원을 위해 ‘당근’과 ‘채찍’을 빼들었다.

정부는 쌓여가는 미분양 아파트로 부도위기에 몰린 건설업체를 구제하기 위해 유동성 지원을 하는 한편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해선 구조조정 등의 철저한 자구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민간 건설업체의 경영부실을 공공자금으로 메워준다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비판적 여론까지 고려한 선택이다.

당초 21일 오후 발표할 예정이던 위기관리대책회의 안건 제목이 ‘건설업 유동성 지원방안’에서 ‘건설업 유동성 지원 및 구조조정 방안’으로 변경된 것도 이러한 정서를 감안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건설업체의 회생 가능성과 자구 노력 등을 감안해 대출만기 연장 등을 실시할 방침이어서 일부 한계기업들의 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21일 “모든 업체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원을 하는 게 아니라 살릴 수 있는 기업은 구제하되 일부 한계기업은 퇴출시키는 방향으로 선별적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은 우선 1차로 주거래은행을 통해, 2차로 건설업체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의 협의체인 ‘대주단협의체’에서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건설사에 대해 대출을 중단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금융지원이 민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를 통해 한계에 다다른 업체를 자동적으로 구조조정하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건설사와의 협의를 통해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연장, 신규 대출 등 구체적인 금융지원을 결정하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원받는 업체에 대해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한편 강력한 구조조정방안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