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 입찰 ‘나눠먹었다’

아파트단지의 관리업체 선정 과정에서 나눠먹기식 입찰 담합을 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지난 2005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 43개 아파트단지의 관리업체 입찰에서 들러리를 세워 특정업체를 밀어주는 방식으로 담합을 한 10개 업체를 검찰에 고발하고, 총 8900만원의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상업체는 우리관리와 서림주택관리, 한국주택관리, 대원종합관리, 서일개발, 광인산업, 쌍림건설산업, 무림개발, 대한종합개발, 대한종합관리 등 10개 사업자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의 담합으로 아파트 관리업체 선정 때 경쟁이 제한돼 아파트입주민이 좀 더 낮은 관리비를 부담하거나 마음에 드는 관리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담합 업체는 아파트단지의 관리업체를 선정하는 입찰에서 전화와 팩스 등을 통해 입찰 가격이나 입찰 참여 여부 등을 합의,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A업체의 아파트단지 관리 기간이 끝나 입찰이 실시될 때 A업체가 친분이 있는 다른 업체 직원에게 전화나 팩스로 자신보다 높은 견적 가격을 적어 ‘들러리’를 서달라고 요청하고 이 요청을 받은 업체는 나중에 똑같은 도움을 받는 방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

특히 일부 아파트단지에서 기존 관리업체가 입찰참가 자격을 얻지 못한 경우에 입찰을 유찰시키려는 목적으로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업체들을 설득해 2차 설명회에 불참시키기도 했다.

김재중 공정위 카르텔정책과장은 “법 위반 업체들의 입찰 담합 사실을 아파트 단지내에 공표해 관리업체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을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이를 계기로 아파트 위탁관리 업체들 간의 입찰담합 관행을 근절하고, 입주민의 선택권 강화와 위탁수수료 경감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수진기자 lul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