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화·번영 위해 여성이 사회참여해야”

“여성들은 이제 여성의 권익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경제 번영을 위해서도 기여해야 합니다”, “여성이 사회에 참여해야 진정한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가 가능합니다. 번영과 안보 확립을 위한 여러분 각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할 때입니다.”

20일 오후 ‘명예 이화인’의 자격으로 이화여대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강연과 질의응답 시간 내내 ‘여성의 참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19일 오후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클린턴 장관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여성의 경쟁력 강화(Women’s Empowerment)’를 주제로 강연했다.

클린턴 장관은 “국가 발전에 여성의 권리 향상이 핵심적이라고 말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여성의 권리 향상은 도덕적으로 옳은 일일 뿐 아니라 발전에도 꼭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경제 대국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도 한국 여성이 남성에게만 허락되던 직업 영역에 진출하면서부터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21세기 세계가 직면한 경제 위기와 안보 위협, 기후변화 등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까지 모두의 능력을 발휘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은 대강당을 가득 메운 2000여 명의 학생들을 향해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은 세계에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재능을 갖고 있다”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항상 분명하진 않으나 의미있는 노력을 해 사회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상원의원이 되거나 대통령 선거에 나가게 될 줄 몰랐다”는 그는 “언제나 준비하고, 기회를 잡고, 타인과 협력을 통해 공통의 좋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 꿈을 좇아라”고 조언했다. 클린턴 장관은 “내 어머니와 할머니는 여성이 투표권을 갖기 전에 태어났다”면서 “지금 여러분이 누리는 모든 것들은 엄청난 기회이자 책임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오바마 대통령과 나는 6자회담의 의지가 있고 이는 진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며 “북한이 완전히 검증가능하게 핵을 폐기한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양자 관계를 정상화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빨간 재킷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클린턴 장관은 시종일관 특유의 당당한 자태와 어조로 좌중을 압도했다. 강연이 끝난 뒤 이어진 20여분간의 질의응답에선 ‘자신의 일을 하면서 가정을 돌보는 어려움’,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의 사랑’ 등의 질문을 받고도 당황한 기색 없이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루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족의 지지 없이는 매우 힘들다”며 “우리(가족)는 늘 새로운 경험을 하면 어떻게 그것을 해결할지 얘기한다”고 답했다.
강버들기자 oisea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