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rld hot issue >中 영어표기 ‘통일’이 ‘독립’ 눌렀다

중국 대륙과 대만에서 따로따로 사용되던 ‘중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즉 ‘병음(？音)’이 통일된다. 그동안 대륙과는 별개로 자체 발음 표기를 고집해온 대만 당국이 대륙과 똑같은 표기법을 사용하도록 정책적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만 행정원은 앞으로 1개월 내에 모든 중국어의 로마자 발음을 대륙과 똑같은 표기법으로 통일하도록 각급 정부와 기관에 지시했다고 중궈신원(中國新聞) 등 양안 언론들이 5일 일제히 보도했다. 양안 언론에 따르면 대만 행정원은 최근 회의에서 대만의 모든 현, 시, 향, 진, 구 단위 행정기관이 향후 1개월 내 ‘행정지역 명칭 중영대조표’를 완성하도록 했다. 이 지시로 그동안 대만 내에서 사용해온 자체 중국어 발음 표기는 모두 대륙식으로 통일된다.

그동안 대륙과 대만의 병음은 무려 절반 가까이 차이가 나 양안의 관계 진전이나 소통은 물론 국제사회의 중국어 접근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돼 왔다. 예컨대 ‘마오쩌둥’(毛澤東)의 경우 대륙에서는 ‘MaoZedong’으로, 대만에서는 ‘Mao Tsetung’으로 되어 있다. 중국에서 가장 흔한 성씨인 ‘장(張)’자의 경우 대륙은 ‘Zhang’으로, 대만은 ‘Jhang’으로 표기해 국제적으로 혼란을 초래했다.

대만식 병음 표기는 당초 장제스(蔣介石) 총통이 1918년에 제정해 사용돼 왔으며 1971년 중국이 유엔에서 대만을 축출하고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차지한 이후 국제 표기준칙이 모두 대륙식을 따르는데도 대만만 자체 것을 고집해 왔다.

그러던 것이 10년 전인 1999년 국민당 집권 당시 병음 통일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대만 독립’을 주장해온 민진당이 2000년에 권력을 장악하면서 병음 표기 논의는 국민당과 민진당 사이에 ‘국제화 대 본토화’, ‘양안통일 대 대만독립’ 논의와 맞물려 정치색 짙은 논쟁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병음 통일 논의는 다시 급물살을 탔으며 이번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이르렀다.

양안 언론들은 “대만의 또 다른 통일논쟁을 이끌어온 병음 논의에서 ‘통일론’이 ‘독립론’을 눌렀다”면서 “수십년을 끌어온 병음대전(大戰)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평가했다.

베이징 = 한강우특파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