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원내대표 경선 이후…>親李, 이재오계·정두언 부상

친이계 주류인 안상수 원내대표·김성조 정책위의장 선출로 한나라당내 역학 구도가 변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을 일으켰던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의 당내 입지가 줄면서 자연스레 친이(친이명박)계 핵심인 이재오 전 의원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으로 세력 균형추가 옮겨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친이계 결집현상으로 계파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선거중반 이 전 부의장이 황우여·최경환 의원조를 밀고 있다는 소문은 친이계를 뭉치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 가운데 정두언 의원과 친이재오계 의원들이 계파 결집의 전면에 나서면서 이 전 부의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는 지적이다. 친이계 한 핵심 초선의원은 “이번 경선 결과에 대해서 ‘이 전 부의장이 물먹었다’는 표현을 써도 된다”며 “(이 전 부의장은)지난 재·보선에서 경주에서 패배한 이후로 힘이 빠졌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전 부의장의 위축으로 상대적으로 이재오계와 정두원 의원 등에 힘이 쏠리게 될 것”이라며 “경선 전날 정두언 의원과 친이재오계 의원들이 친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설득작업을 벌인 것으로 안다”고 털어놨다.

친이계 핵심 의원들이 이번 경선 과정에서 계파 결집에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은 여러군데서 관측된다. 친이계 한 재선의원은 “친이계가 초기부터 결집이 되진 않았다”며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중요한 시기라는 판단에 따라 방임 형태로 있던 친이계를 대상으로 주류 의원들이 움직이면서 결집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친이계 다른 초선의원도 “친박(친박근혜) 최경환 의원이 나오고 그런 상황이 마땅치 않았다”며 “미디어법 등 6월 국회서 해결해야할 일들을 책임있게 끌고갈 지도부에 대한 필요성이 중요한 고려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의원이 계파결집의 전면에 나서면서 청와대가 원내대표 경선에 개입했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21일 경선투표에서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참석도 이같은 루머에 설득력을 가했다. 친이계 또다른 초선의원은 “정 의원이 계파 결집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과정에서 이를 두고 마치 청와대의 뜻인양 해석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계파간 결집 현상이 친이계 결집은 가져올지언정 계파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립성향의 한 초선의원은 “안상수 의원에게 표가 몰릴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표차가 크게 나와 놀랐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 화합이 이뤄질 거라 보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 친이계가 무섭긴 무섭다”고 말했다.

윤석만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