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학교교육에 직업교육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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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후조/고려대 사범대 교수·교육학

사회적으로는 프로젝트 학습, 창의적 문제 해결 학습, 수행평가 등을 많이 강조한다. 하지만 학교는 여전히 상급학교 진학용 시험공부만 잔뜩 시킨다. 올해도 70여만명이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겠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시험친 뒤에는 잊어 버려도 좋을 공부를 너무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하지 않았던가.

학생 입장에서 보면 진학공부, 시험공부, 머리공부, 이론공부만 하다가는 낭패다. 실업자되기 십상이다. 학교공부의 마무리는 철저한 직업준비교육이어야 한다. 교양교육과 직업교육은 학교공부의 두 축이다. 교양공부만 시키는 학교공부는 반쪽에 불과하다. 중학교를 마치고 그만두든, 고등학교를 다니다 거리로 나오든, 고교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든, 최종은 직업준비교육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고실업 사회일수록 누구나 반드시 일정기간 직업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오는 통과의례식 제도가 필요하다. 즉, 모든 학생의 최종 졸업장 안에는 일정 시간의 직업교육 기간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중등학생은 한 학기 이상, 대학생은 적어도 1년 이상 현장 일터에서 직업수행능력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직업교육을 잘 하려면 우선 학교에서 다 잘 하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독일 등과 같이 가게·공장·회사·관공서 등 일터가 직접 견습생을 기르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일터의 가장 큰 교육적 기여는 구직후보자에게 직업기술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어느 가게 앞이나 ‘견습생 ○명 구함. 기능장이 △△기술을 가르침, 3개월 과정, 정부의 생활보조금 지급, 수습 후 취업 알선…’ 등의 공고가 붙어 있고, 이를 보고 기술을 배우려는 이들이 쉽게 등록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직업교육 관련 학과를 학력 인플레이션 억제형으로 재정비하는 것이다. 모든 학과나 전공을 직업적 필요에 맞게 고교, 2∼6년제 대학, 박사과정 등에 적절히 재배치해야 한다. 이것은 관공서나 기업에서 신입 직원의 학력 수준을 적정화하는 것과 연결돼야 한다. 관공서나 기업의 고용에서 학력별 의무고용 할당제를 두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 학력 인플레이션을 막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방법이다. 최근 금융기관에서 고졸 인원을 더 늘리겠다고 한 데 대해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모든 일터의 학력별 고용할당제 정보공시는 적절한 교육 수준을 알리는 신호 기능을 수행해 학력 인플레이션을 막아준다.

특히 비진학자, 자퇴자가 의무무상으로 직업기술교육을 받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해마다 6만∼7만명의 청소년이 학교공부를 중단한다고 한다. 대책 없이 거리에 나선 이들에게 정부나 기업이 직업기술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면, 조직폭력배와 같은 반(反)사회적인 집단들이 반사회적인 직업교육을 피땀흘려가며 시킨다. 비진학자, 중도탈락자라고 하여 그들의 장래를 반사회적인 집단의 손에 맡겨도 좋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요컨대 모든 학습자의 공식적 최종 교육은 직업준비교육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반드시 직업기술교육을 받고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학교는 졸업장 수여제도를 고치고, 정부와 기업은 촘촘한 직업교육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비진학자들에게는 무상의무의 직업기술교육 기회를 손쉽게 접하도록 만들어 주고, 기업과 정부가 신입 직원들의 학력별 고용할당제를 고시하는 것도 무작정 대학 나와서 실업자가 되는 풍토를 개선하는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