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파우스트… 더 강렬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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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다. 그리고 보다 비관적이다. 지난 3일부터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연극 ‘우어파우스트(Urfaust)’는 난해한 ‘파우스트’에 비해 훨씬 더 강렬하고 직접적이며, 비극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대표작 ‘파우스트’의 초고 형태로 내려오는 ‘우어파우스트’는 원형으로서의 ‘파우스트’라고 할 수 있다. 괴테는 60여 년에 걸쳐 ‘파우스트’를 집필했다. 1774년 ‘우어파우스트’를 시작으로 1790년 ‘단편 파우스트’, 1808년 ‘파우스트 1부’를 발표했고 1825년 2부 집필을 시작해 82세인 1831년 ‘파우스트 2부’를 완결했다. 한마디로 대작 ‘파우스트’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가 ‘우어파우스트’인 셈이다.

따라서 ‘우어파우스트’엔 젊은 청년 괴테의 천재적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작품 전체의 연관 관계보다는 두 개의 사건, 즉 파우스트의 학문에 대한 절망과 순진한 처녀 그레첸의 이야기가 핵심을 이루며 전개된다. 또 메피스토의 악마적 속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병들고 늙은 신(神) 역시 인간을 조롱하며 세상에 대해 그다지 희망을 걸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컨대 마지막 장면에서 신은 시험관 유리병에 가래침과 콧물을 넣고 자신의 정자와 머리카락을 넣은 뒤 병을 흔든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린다.

“새로운 인간이 만들어진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조그만 남자 아이가 태어날 거야. 우리가 원하는 게 뭘까, 세상이 뭘 더 원할까?”

연출을 맡은 다비드 뵈시는 독일을 대표하는 ‘50인의 연출자’에 최연소로 선정된 인물. 현재 독일 에센극장의 상임연출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아이디어로 폭발하는 연출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에 걸맞게 연극 ‘우어파우스트’에서 보여주는 그의 작품 해석능력은 탁월하다. 무엇보다 ‘파우스트의 비극’과 함께 ‘그레첸의 비극’을 중심축으로 메피스토와 그레첸의 오빠인 발렌틴의 캐릭터를 뚜렷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메피스토에게 농락당해 결국 ‘개’로 전락하는 학생 또한 인상적이다.

연출가 뵈시가 이처럼 작품을 재배치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우어파우스트’가 ‘파우스트’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파우스트’에서 드러나는 갈등 구조와 인물들의 캐릭터는 그대로 살아 있되 훨씬 단순한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우어파우스트’는 연출자에게 좀 더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뵈시는 이를 십분 살려 작품의 기본 뼈대에 흥미롭고 다양한 접근과 해석을 보여준다.

아울러 무대·의상·영상 디자인을 맡은 팔코 헤롤드는 뵈시와 함께 호흡을 맞춰 작품의 비극성을 강력하게 전달한다. 전반적으로 검은색의 무대배경은 암울한 세상을 묵직한 느낌으로 펼쳐보이며, 피가 흘러내리는 듯한 배경 장면이나 흰 눈이 내리다 핏빛 눈이 섞여 내리는 장면 등은 한층 강렬한 느낌을 관객에게 전한다. 파우스트 역의 정보석, 메피스토 역의 이남희, 신 역의 정규수, 그레첸 역의 장지아 등 출연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도 높이 살 만하다. 공연은 10월3일까지. 1644-2003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