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低成長의 늪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정식/연세대 상경대 교수 경제학

최근 3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 2분기에 이어 3.4%로 낮아지면서 앞으로 저성장(低成長)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저소득층이 많고 복지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먼저, 단기적인 대책으로는 수출을 늘려야 한다. 내수를 늘려 성장률을 높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내수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중국이 낮은 생산비로 세계의 공장이 돼 있는 지금, 기업의 국내투자가 늘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하지만 아직도 국내 서비스업의 부가가치와 고용 비중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서비스업만으로 내수를 부양시키기는 역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간에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수출을 늘리는 것이며 이는 환율을 높이는 방법으로만 가능하다. 그러나 정책 당국은 환율정책에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어 환율정책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환율을 높일 경우 수입물가가 높아지게 되고 반면에 환율을 낮추면 수출이 감소해 경기가 침체되고 또한 경상수지 악화로 외환위기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책 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일본과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로 해결하려고 한다. 통화스와프로 외환 공급에 대한 안전판이 마련되면서 환율이 내려가 물가를 안정시키고 동시에 외환위기를 막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율이 내려가면서 수출이 감소해 성장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성장과 물가안정, 그리고 자본 유출로 인한 외환 부족 중 정책 당국은 물가를 안정시키고 외환 부족을 피하는 대신 저성장을 택하는 정책 선택을 한 것이다.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또 다른 방안은 중국보다 높은 기술력을 확보해 국내 기업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 분야에 임금을 높여야 한다. 금융과 의학 분야의 보수가 더 높은 현 체제 아래서는 유능한 인재들이 과학 분야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 체제를 개편해 국내에서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기보다는 선진국으로부터 발전된 과학기술을 배워오도록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국내 교육기관을 지원해 박사 인력을 양성시키면 현재의 국내 기술 수준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금융업의 기술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내수가 작은 한국경제의 특성상 우리는 외국에서 돈을 벌어오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다. 한국경제의 성장이 정체된 것은 제조업에서는 수출로 돈을 벌어오지만 이를 금융에서 다시 빼앗기기 때문이다. 1993년 자본시장을 개방하기 전에는 무역수지 흑자가 생기면 성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비록 무역수지에서는 흑자가 나지만 성장은 정체돼 있다. 외국 투자자들이 금융업에서 돈을 벌어가기 때문이다.

흔히들 제조업 수출로만 돈을 벌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금융업에서 외국인 투자수익으로 유출되는 돈을 막아야 한국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 기술을 확보하고 선진화시켜야 한다. 지금 한국의 금융업은 이윤이 남으면 임금과 스톡옵션으로 나눠가지면서 인재에 대한 투자는 등한시하고 있다. 금융 전문인력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는 것이다.

성장잠재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중국이 등장하고 자본시장이 개방되는 여건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율정책을 사용하기 어려운 지금 세계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한 경제성장률을 단기간에 높이기는 쉽지 않다. 이는 내년 성장률 전망이 3%대에 머무르고 있음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정책 당국과 기업은 과학기술과 금융기술 개발 전략을 시급히 수립해 중국의 등장과 자본 자유화라는 여건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