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목소리’ 그토록 원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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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과 비범의 차이는 무엇일까. 평범한 사람이 평생을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재능을 바로 비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타고난 재능으로 단 한순간에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르는 사람야말로 비범한 자임에 분명하다. 그 같은 천재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타고난 것이니 당연히 신으로부터 온 것일 게다. 그렇다면 불공평하지 않은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다다를 수 없는 능력이 저절로 주어지다니, 이런 부당한 일이 어디 있는가 말이다.

이 같은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룬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7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아마데우스’(사진)다. 영국 극작가 피터 섀퍼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은 ‘음악 신동’으로 불리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와 오스트리아 궁정악장을 지낸 안토니오 살리에리(1750∼1825) 간에 얽힌 이야기다. 모차르트가 경박한 성품에도 불구, 타고난 재능으로 한순간에 쏟아내는 ‘천상(天上)의 음악’은 평생을 노력해온 살리에리가 아무리 진지하게 파고들어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에 있었다. 그래서 살리에리는 신의 부당함에 반발하며 그의 피조물, 즉 모차르트를 파멸시키겠다는 생각을 품는다.

연극은 이 같은 살리에리의 의식과 인간적인 고뇌에 초점을 맞춘다. 막이 오르면 1823년 11월, 노인이 된 살리에리가 32년 전 자신이 모차르트를 독살했다고 고백한다. 장면이 바뀌면서 1781년 오스트리아의 빈, 명망 있는 궁정작곡가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그의 천재성을 대번에 알아차린다.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신의 소리가 방탕하고 오만한 모차르트를 통해 실현된다는 사실에 살리에리는 절망한다. 그리고 신을 원망한다. 황제와 궁정 대신들, 살리에리의 관심과 질투 속에서 모차르트는 ‘피가로의 결혼’을 포함, 많은 작품을 선보이며 찬사를 받는다. 하지만 제멋대로인 모차르트와 그의 부인 콘스탄체는 점차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급기야는 먹고살 일을 걱정하게 된다. 결국 콘스탄체가 떠나고 혼자 남은 모차르트는 누군가의 의뢰로 진혼곡을 작곡하며 환영과 공포에 시달린다. 그런 모차르트의 집에 살리에리가 찾아온다….

살리에리 역을 맡은 이호재, 모차르트 역의 김준호, 콘스탄체 역의 장지아 등 출연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피아노 4중주 라이브 연주로 펼쳐지는 모차르트의 명곡들도 극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연극 ‘아마데우스’의 음악은 모차르트의 음악시기가 크게 1, 2, 3기로 구분되는 것에 맞춰 시기별로 음악적인 특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편성됐다. 또한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대결 구도가 더욱 강렬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살리에리의 감정이 고조된 부분에서는 살리에리의 음악을 삽입했다.

18세기 오스트리아 궁정을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한 무대 디자인도 산뜻하다. 살리에리의 회상 장면에서 출발하는 연극에서 무대는 요양원 공간을 배경으로 가운데 휴게 공간을 자리 잡고 시작하지만 이후 영상과 조명, 장치의 이동 등을 통해 자유롭게 오페라 극장, 궁정 등으로 전환된다. 아울러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집으로 다양하게 변화하는 무대는 두 인물의 갈등이 최대한 부각되는 데 맞춰졌다.

단 한 가지. 피터 섀퍼 원작의 동명영화 ‘아마데우스’가 이미 1984년에 상영돼 아카데미를 휩쓸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영화 ‘아마데우스’가 피터 섀퍼의 3번째 버전 대본을 사용했으며, 이번 연극은 ‘아마데우스’의 최종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6번째 대본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영화를 이미 관람한 이는 같은 내용을 연극 무대로 옮긴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연출을 맡은 전훈 서울예대 교수도 “1984년 영화관에서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면서 “이 영화는 모차르트는 물론, 작가도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다. 단언코 이 이상의 완성도는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연극 ‘아마데우스’의 완성도와 관객에게 주는 감동에 흠결이 가는 것은 아니다. 1644-2003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