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 60代 엄마들 생업전선 내몰린다

서울 중구 신당동의 고깃집에서 일하는 양모(여·58)씨는 지난 18일 오후 8시쯤 식당을 가득 채운 손님들 사이에서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손님들이 “아주머니”를 외칠 때마다 양씨는 커다란 쟁반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갔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고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

그는 “전세자금 은행빚도 갚아야 하고 아이들 결혼 자금도 마련해야 하는데 남편 수입으로는 감당을 못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6개월 전만 해도 어엿한 주부였던 그는 ‘아줌마’ 소리를 들으면서 식당일을 할지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양씨는 “한달에 60만원씩 생활비를 보태고 있지만 몸은 축나고 살림이 빠듯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가사일에 전념하던 50대 이상의 중년 여성들이 생업전선에 내몰리고 있다. 물가는 치솟고 아이들 학원비는 늘어만 가는데 남편의 월급은 맨날 그 자리다. 가정경제와 자녀교육에 위기를 느껴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고 일자리를 찾은 주부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와 60대 여성 취업자수는 지난 3월 각각 212만명과 118만6000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동월 대비 각각 7.8%, 7.9%씩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20대와 30대 남성과 여성의 취업자 증감률은 지난 3월 전년동월 대비로 각각 -2.3%와 -1.8%를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50∼60대 여성 취업자 증가 때문에 전체 취업자수가 지난 3월 전년동월 대비 1.8% 늘어나는 착시현상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류석춘(사회학) 연세대 교수는 “중년 여성들의 일자리 지원대책도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성원·장병철기자 e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