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대 장비까지… 캠핑 하려다 등골 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9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캠핑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진열된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캠핑을 가려다가 장비값이 너무나 비싸 포기했습니다. 비싼 가격표가 돈이 없으면 캠핑을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올여름 가족들과 함께 해수욕장 대신 캠핑을 떠나려고 계획했던 직장인 박인호(43) 씨는 캠핑용품을 구입하러 백화점과 전문매장에 갔다가 값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껴 결국 캠핑을 포기했다. 캠핑 초보인 박 씨는 텐트와 파라솔, 코펠 등의 기본적으로 필요한 장비만을 구매하려 했지만 가장 저렴한 것으로만 골라도 가격이 100만 원이 넘었다. 박 씨는 “캠핑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늘어나는 등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장비값도 덩달아 비싸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주용현(28) 씨도 마찬가지 경우. 백화점과 전문매장 등에서 본 텐트를 구매하는 데만 100만 원이 넘는 돈이 소요돼 다른 필수 장비들은 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온라인 장터에서 중고물품이 없는지 찾아보는 중이다.

주 씨는 “중고용품으로만 구매하는 데도 족히 100만 원은 드는 것 같다”며 “소수업체들이 용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동호회 중심으로 소수의 사람들만 즐기던 캠핑이 가족 단위로 즐기는 레포츠로 보편화되고 있다. 현재 국내 캠핑인구는 약 6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고 3년 후에는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캠핑용품 시장도 2010년 2000억 원에서 2011년 3000억 원, 올해는 4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커갈수록 캠핑용품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캠핑용품을 구매하는 데 최소 수십만 원에서 일부 해외 유명 브랜드의 경우 1000만 원 이상이 드는 경우도 있다.

캠핑용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저렴한 것을 찾으려고 시도하기도 하고 대형마트들도 가격을 낮추고 해외 유명 제품을 직수입해 매장에 내놓기도 하지만 일부 해외 유명 브랜드가 고가 전략을 쓰며 자체 유통망까지 보유한 시장 상황에선 역부족이다.

9일 문화일보가 4인 가족 기준(기본사양)으로 한 대형마트와 미국의 유명 캠핑용품 업체로 인기를 끌고 있는 콜맨이 판매하고 있는 캠핑용품들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대형마트에선 텐트에서 침낭까지 55만 원이면 풀세트를 구매할 수 있었지만 콜맨의 경우 166만 원을 웃돌아 대형마트 가격의 3배에 달했다. 이 업체에서 최신 기술이 사용됐다고 홍보하고 있는 텐트의 경우 가격이 179만 원에 달한다.

현재 국내 캠핑용품 시장은 콜맨과 일본 스노우피크, 국내 코베아 등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독과점 구조이다. 이들은 자체 유통망까지 갖추고 영업망을 확충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지난 2월 약속이나 한 듯 3월부터 가격을 올린다고 밝혔다. 스노우피크는 멀티컨테이너 토트백 등 10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9~30% 올렸다. 콜맨도 같은 시기에 의자와 테이블, 매트 가격을 최대 30% 인상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콜맨은 지난해 3월에도 일부 제품 가격을 30%가량 올린 바 있다.

코베아 역시 지난해 3월 텐트와 가스버너의 가격을 최대 27.1% 인상했다. 코베아는 올 3월에도 텐트류 5% 인상을 비롯해 최대 60%까지 가격을 올렸지만 고객들에게 정식으로 공지하지 않고 슬그머니 가격을 올려 빈축을 샀다.

코베아의 경우 캠핑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사세도 가파르게 성장해 지난 2009년 268억 원이었던 매출이 2010년엔 455억 원, 지난해엔 643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광고선전비 지출도 2009년 7억 원에서 2010년 12억 원, 지난해 29억 원 등으로 2년 사이 3배 이상 늘렸다. 일각에서는 늘어난 광고선전 비용을 제품가격 인상으로 메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 섞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이들 캠핑용품 업체의 가격 인상 시기가 한 달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인상률 또한 비슷하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 업체가 서로 제품가격을 담합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콜맨코리아 관계자는 “가격 담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그동안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품목도 많고 소비자와의 접점 확대를 위해 기존의 코스트코와 이마트 빅텐 매장 이외의 국내 대형마트 입점도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고가의 장비가 좋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후발 주자들의 시장 참여가 늘어나야 캠핑용품 가격이 안정화돼 캠핑이 대중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심형석 한국관광레저학회 이사는 “외국에선 멀티숍을 비롯한 다양한 유통 채널이 갖추어져 있어 유통업체들도 힘이 있기 때문에 제품 가격을 적정수준에서 유지시킬 수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제조업체가 운영하는 전문점 위주로 용품이 유통되는 폐쇄적인 구조여서 제품 가격도 비싸고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진석 홈플러스 레저상품팀 상품기획자도 “지난해 한 유명 해외브랜드에 입점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했는데 이 업체는 대형마트와 캠핑용품 고객층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대형마트에 입점하면 고가 정책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어 시장 참여자가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