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요구 무기성능 배점 유리하게 로비

최근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무기중개업체 고문으로 활동하며 받은 수입(2억여 원)이 논란을 빚은 가운데 예비역 장성들이 방산업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성급 이상 예비역 군인은 방산업체에 고문급 이상 임원으로 위촉되는 경우가 많다. 방산업체는 군과 꾸준히 접촉하며 정보를 확인하고 싶지만 보안을 생명으로 여기는 군의 특성상 접근이 쉽지 않다. 하지만 방산업체에 고문으로 들어간 예비역 군인들은 일반인들보다 이런 장벽을 쉽게 넘을 수 있다. 특히 상명하복 문화가 예편 후에도 남아 있는 군의 분위기상 예비역 선배의 부탁을 현역군인이라도 거절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군대판 전관예우가 존재하는 것이다.

외국계 무기업체 혹은 중개업체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예비역 군인들은 해외 무기공장을 한국에 유치, 유사시 군의 군수지원을 위해 노력하려는 측면이 있지만 군사 기밀 유출과 내부자 접촉을 통한 로비 등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공군이 추진하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FX)에 참여한 외국업체들도 예비역 장성들을 채용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군의 전관예우는 어느 분야 못지않게 만연해 있다.

방산업체에 고문으로 위촉된 예비역 장성들이 주로 하는 일은 군의 무기 도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군요구성능(ROC)과 배점 등을 미리 파악하거나 심지어 ROC 항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ROC는 우리 군이 사용할 무기의 사양과 기준을 결정하는 것이다. 전투기를 예로 들면 스텔스 성능과 전투반경, 이륙 중량 등 수백 가지 항목으로 세세한 기준으로 나눠져 있다. 이런 사양의 기준을 자사 제품에 유리하게 정하기 위해 일부 고문들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군 내부와 꾸준히 접촉을 시도한다.

또 이들은 도입할 무기마다 정해져 있는 사양의 배점을 자사에 유리하게 맞추기 위해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군에서는 무기의 사양마다 배점을 차등적으로 나눠 전투에 유리한 것을 채택한다. 하지만 무기업체의 제품마다 우수한 부분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자사에 유리한 부분을 높은 배점으로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관련 업계 종사자는 26일 “폐쇄적인 군의 특성상 외부에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무기사업은 규모도 크고 경로의존성 또한 커 전관들의 도움이 필수”라며 “사업이 큰 경우에는 군 외부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로비 행태가 복마전을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국내 무기 중계업자의 빠른 성장이다. 최근 작성된 ‘무기중개업자 활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10년 무기중개업자로부터 구매한 제품의 액수가 875억 원에 그쳤지만 2012년에는 40% 이상 증가해 1332억 원에 달했다. 방위사업청에 등록된 무기중개업체 또한 700여 개에 이르며 등록하지 않고 활동하는 업체 또한 500개를 넘어서는 것으로 전해져 이들 업체에 취업하는 예비역 군인들에 대한 체계적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