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경제 성장勢 지속 위한 ‘선순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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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현/연세대 교수·경제학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해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기 대비로는 1.1% 성장해 예상치보다 약간 높았다. 이번 성장률 호조는 수출이 줄었음에도 소비와 투자가 전반적으로 증가세(勢)를 보인 영향이 크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상반기에 성장률이 낮았다가 하반기에 상승세를 보이는 ‘상저하고’의 흐름이었는데, 4분기에도 이 흐름을 타고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연간 2.8%)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는 비교 기준이 되는 시점의 수치(1.6%)가 워낙 낮았다는 점에서 ‘기저효과’에 불과하며, 현재의 냉랭한 체감경기와는 괴리된 ‘착시현상’이라는 평가도 있다. 또한, 건설투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것이 건설시장의 수요 증가로 인한 투자가 아니라, 정부 재정 지원에 의해 창출된 투자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오히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공급 과잉 문제를 심화시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성장 기조를 계속 유지하기가 만만찮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 현재 실질 국내총소득(GDI) 성장률은 전분기 2.8%에서 0.4%로 둔화됐다. 이는 엔저효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와 대중(對中) 수출 감소로 교역 조건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 가능성도 문제다. 물론 이는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로, 대미(對美) 수출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금이 일제히 빠져나가 주가 폭락의 가능성도 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대내 환경도 성장 기조를 뒷받침하기엔 불안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의 성장이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다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활발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의 성장 결과가 경제 전반으로 골고루 퍼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낙수효과’의 부재는 내수를 침체시키며 소득 양극화를 야기한다. 또, 대기업 규제정책들이 중소기업을 보호하기보다는 외국계 기업에 반사이익을 주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얼마 전, 김해공항 면세점 중소기업 구역에 우리나라 중기(中企)가 아닌 외국계 기업이 최종 선정된 바 있다. 선정된 운영자는 지난해 매출 40억 달러를 기록한 세계 2위 면세점이지만, 한국에 지사를 설립해 중소기업 자격을 얻는 편법을 사용한 결과다.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로 대기업이 밀려난 자리에 일본계 편의점들이 들어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이처럼 본래 취지대로 중소기업이 보호되는 게 아니라 외국계 기업의 배만 불리는 ‘규제의 역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현 대기업 관련 정책은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어렵다.

이러한 환경에서 현재의 성장 기조를 유지하려면, 우선 불안정한 대외 환경에 흔들리지 않도록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인하게 길러야 한다.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가 환율 등 교역 조건에 크게 동요하지 않도록 수출 품목과 지역을 다각화해야 하며, 품질로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용창출로 내수를 탄탄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은 적절한 투자를 통해 중소기업과의 상생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정부는 적절한 정책으로 이러한 낙수효과를 견인해야 하는데, 특히 중소기업 보호 효과가 없는 포퓰리즘적 대기업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수를 탄탄하게 하는 것이 현재의 경제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관건임을 주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