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첫 신고후 “살려달라” 22건 더 있었다

여객선 세월호의 승객들이 배가 침몰하기 전인 지난 16일 아침 31분 동안 119에 총 23건의 구조요청 전화를 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고 최덕하(17·안산 단원고 2년) 군의 최초 신고전화가 끊어지기 전에 3명이 잇달아 신고를 했고, 승객 중 2명은 사후조치 확인 등을 포함해 각각 5차례나 신고를 해 얼마나 배 안의 상황이 긴박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상황에서 승객 대피를 위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선원들의 책임론이 한층 더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전남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16일 오전 8시 52분 52초 세월호에 타고 있던 최 군이 119에 최초 신고를 한 이후 9시 23분 56초까지 31분여 동안 세월호 승객들로부터 23건의 구조 요청 전화가 걸려왔다. 특히 최 군의 신고 전화가 종료(오전 8시 56분 50초·전남도 소방본부 시계 기준)되기 전인 8시 55분 55초, 8시 56분 16초, 8시 56분 41초에도 세월호의 위급상황을 알리는 3건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23건의 전화 가운데 13건은 통화가 이뤄져 신고 내용이 접수됐으며, 3건은 연결이 됐으나 응답 없이 끊어졌고 7건은 전남의 119 모든 회선(총 9개)이 모두 통화 중이어서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전환됐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당시 전남의 119는 9명의 접수요원이 전화를 받고 있었으나 신고가 한꺼번에 폭주해 ARS로 돌아간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신고자 2명의 경우 얼마나 다급했는지 각각 5차례나 전화를 걸어 불안감을 호소하는 한편, 사후 조치 여부 등을 물었다. 그런데도 세월호 선원들은 승객을 대피시키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9시 28분쯤 “선실이 더 안전하니 자리를 지키라”는 안내방송을 했고 10시 15분쯤에야 “여객선 침몰이 임박했으니 탑승객은 바다로 뛰어내리는 상황에 대비하라”는 방송을 내보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안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